[나의 데뷔시절]아나운서 정은아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8시 49분


나는 ‘삼수’ 끝에 90년 1월 1일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스물다섯살 때였다.

사실 처음에는 아나운서에 큰 뜻이 없었다. 그래서 준비없이 첫 시험을 치렀는데 최종 면접까지 갔다. 오히려 그렇게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꼭 아나운서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어렵게 들어간 만큼 기쁨도 커 늘 남보다 한시간씩 일찍 출근했다. 텅 빈 스튜디오에 들어가 혼자 MC 연습도 수없이 했다.

수습을 떼자마자 아침 생방송 ‘전국은 지금’의 메인 MC를 맡게 됐다. 지금도 그렇지만, 햇병아리가 생방송 메인 MC를 맡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나는 겁없이 생방송을 진행했고 첫 방송을 무사히 끝낸 후 칭찬을 들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아침 생방송을 10년째 하고 있다.

당시 나는 김동건, 이계진 아나운서를 모델로 삼았다. 여자선배 중에서는 김자영 아나운서를 쫓아다니며 “가르쳐달라”고 조르곤 했다.

“프로에겐 ‘적당히’란 말은 없다”는 이계진선배 말이나 “방송을 애인처럼 생각해야 한다”는 김자영선배의 말은 지금도 기억난다.

MC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나는 ‘내공’을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요즘 후배들은 모두 재기발랄하고 개성도 뚜렷해 보기 좋다. 하지만 좋은 MC는 혼자 튀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MC는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 MC는 자신을 다 드러내는 자리인 만큼 평소 생각도 정리하고 책을 많이 읽어두지 않으면 금세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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