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으로 가는 길]<4>웰빙은 조화와 균형이다

  • 입력 2004년 2월 1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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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의 변호사 A씨. 변호 의뢰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그만큼 돈도 많이 벌었다. 몸도 건강했다. 주변에서는 그를 두고 성공했다며 부러워했다.

A씨의 흠이라면 욕심이 좀 과한 것. A씨는 점점 더 큰 사건을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세울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자신이 왠지 모를 불안에 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안감은 점점 커져 이대로 가면 모든 게 무너질지 모른다는 공포로까지 이어졌다.

A씨는 2년 전부터 최근까지 대학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일종의 불안장애. 요즘 A씨는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심적 안정을 되찾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육체적인 질병이 없을 때 건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옳지 않다. A씨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자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육체적인 질병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질병도 없는 상태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WHO가 규정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바로 웰빙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영적인 건강(spiritual health)을 추가해 심리적 측면의 건강을 중시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느림의 건강학’과 무관하지 않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천천히 하면서도 일을 더 잘한다(Slower But Better Working)’는 슬로비족이 등장했다.

얼마 전 영국 BBC 방송은 2002년 한 해 동안 1200만명의 유럽인이 스트레스가 많은 고소득 직종에서 보수가 적지만 근무시간이 적은 자리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이들에게는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의 ‘다운시프트(Downshift)족’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물질과 성장을 최상의 가치로 여겼던 삶에 메스를 들이댔다. 비로소 그동안 천대받았던 정신과 느림의 가치가 인정받기 시작했다. 의학자들이 이들의 출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이들이 웰빙의 중요한 요소인 조화와 균형을 몸소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는 “육체적 웰빙뿐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웰빙이 모두 실현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웰빙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육체적 웰빙을 신체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상태로 정의했다. 이어 정신적 웰빙은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자부심이 충만한 상태, 사회적 웰빙은 직장 또는 공동체에서 소속감과 함께 성취감을 느끼는 상태라고 규정했다.

결국 몸과 마음, 일과 휴식, 가정과 사회, 나와 공동체 모두가 조화를 이루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을 때 진정한 의미에서 웰빙족이 될 수 있다는 것.

자. 이제 우리 주변을 돌아볼 때다. 나는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매일 “이 놈의 직장 때려치워야지”라며 넋두리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지나치게 일에 몰두해 정신건강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가.

몸은 멀쩡한데 정신이 병들어 있지 않은지도 돌아보자.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면 그 역시 웰빙족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란 말이 있다. 진정한 웰빙족이 되려면 반드시 곱씹어야 할 명언이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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