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킴벡의 TRANS WORLD TREND]<6>형광색 패션아이템들의 ‘Occupy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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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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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형광색의 패션 아이템들이 올봄 뉴욕을 점령했다. ‘프로엔자 슐러’ ‘케임브리지 새철컴퍼니’ ‘프라다’ ‘셀린’ ‘에르메스’ (왼쪽부터) 등은 눈부신 네온 아이템들로 뉴요커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조엘 킴벡씨 제공
밝은 형광색의 패션 아이템들이 올봄 뉴욕을 점령했다. ‘프로엔자 슐러’ ‘케임브리지 새철컴퍼니’ ‘프라다’ ‘셀린’ ‘에르메스’ (왼쪽부터) 등은 눈부신 네온 아이템들로 뉴요커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조엘 킴벡씨 제공
미국 뉴욕을 대표하는 작가 폴 오스터는 뉴욕의 겨울을 ‘잔인하다(cruel)’고 표현했다. 눈이 많고 바람도 거세 살이 아리고 뼈가 시릴 정도로 춥다. 더구나 ‘겨울’의 물리적 기간도 다른 지역보다 훨씬 길다.

하지만 지난겨울은 달랐다. 겨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눈을 보기 힘들었고 바람도 캘리포니아의 미풍처럼 따뜻했다. 겨울 장사를 준비했던 많은 패션 업체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일찌감치 겨울 상품들을 정리하고 예정보다 서둘러 봄 상품들을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로선 좀 더 발랄한 봄 패션을 어느 때보다 빨리 접할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긴 봄날을 만끽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미 그 어느 해보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거리를 메우고 있다. 이번 봄 시즌, 많은 패션 업체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대담한 패턴들과 컬러들로 무장한 아이템을 대거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포인트는 네온(형광색)의 열풍이다. 뉴욕의 전성기로 불렸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형형색색의 패션 아이템들이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문구류인 형광펜의 대표 색으로 꼽을 만한 형광노랑, 형광분홍 그리고 형광녹색의 의상과 패션 아이템들을 착용한 뉴요커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새롭게 뉴요커들의 ‘잇백’으로 자리매김한 뉴욕 출신 디자이너 듀오 ‘프로엔자 스쿨러’의 대표적인 가방, ‘PS시리즈’도 이런 흐름을 먼저 읽었다. 눈이 아리도록 쨍쨍한 형광색으로 가죽을 염색한 이들의 신제품은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최근 패셔니스타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프랑스 ‘셀린’의 히트 백인 ‘러기지(Luggage)’ 시리즈도 형광색 버전을 한정판으로 발매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에르메스에서도 ‘버킨백’ 등을 통해 다양한 형광색 아이템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셀린’의 네온 핑크빛 벌룬 팬츠와 남성 구두 밑창에 화려한 형광색을 적용한 ‘마크 맥네어리’. 조엘 킴벡씨 제공
‘셀린’의 네온 핑크빛 벌룬 팬츠와 남성 구두 밑창에 화려한 형광색을 적용한 ‘마크 맥네어리’. 조엘 킴벡씨 제공
이런 열풍 속에서 가장 대세로 꼽을 수 있는 브랜드는 영국에서 건너와 뉴욕을 강타한 ‘케임브리지 새철컴퍼니’의 형광색 백 시리즈다. 영국 사립학교의 책가방에서 영감을 얻은 이 백의 형광색 버전은 전 세계 패셔니스타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다. 잘 만들어진 가죽 백인데도 ‘착한’ 가격과 생동감 넘치는 형광색 덕분에 팬이 나날이 늘고 있다.

형광색 열풍은 일반 패션 의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셀린의 벌룬팬츠나, 미우미우의 플랫 샌들, 레그 앤 본의 스키니 진, 질 샌더의 롱스커트, 마이클 코어스의 얼룩말 무늬 재킷 등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에서 쉽게 형광색을 만나볼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한 패션 아이템에서도 ‘형광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최근 뉴욕을 대표하는 남성 슈즈 디자이너의 총아, 마크 맥네어리는 기존의 클래식한 남성 구두 밑창에 화려한 형광색을 적용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트렌드는 봄, 여름 시즌에 애용되는 보트 슈즈 브랜드들에도 퍼져 스페리(Sperry)를 비롯한 많은 브랜드가 형광색 솔을 채택했다. 또한 디자이너 마이클 베스티안이 전개하는 갠트(Gant) 역시 형광색을 사용한 다양한 남성용 의상과 패션 소품들을 선보였다.

이러한 열풍에 가세한 디자이너 브랜드 내넷 러포어의 제니퍼 핀토 부사장은 이를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기대감이 묻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는 경제가 다시 반등하리라는 기대감을 갖는 미국인이 많다는 것이다.

또 그간 침체 국면을 면치 못했던 유통가 경기가 요즘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많은 패션업체가 이런 기대감을 담아 대담한 패턴과 컬러를 한꺼번에 ‘방출’했다는 것이다. 세계 어떤 도시보다 많은 별명을 가진 뉴욕. 이번 봄에는 ‘네온 시티’라는 별명이 더해질지도 모르겠다.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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