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따라잡기]직장 때려치우고 카페 차리고 싶나요?

  • 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직장 스트레스는 다반사다. 도무지 대책이 없을 때도 있다. 외국으로 공부하러 훌쩍 떠나거나 사표를 내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일단 다음 날 웃는 얼굴로 출근할 수밖에.

그런 의미에서 창업은 ‘로망’이다. 서점가에도 이 꿈을 위한 바이블은 줄기차다. ‘월급쟁이 때려치우고 창업하기’ ‘인터넷 창업, 이것만 알면…’ 이리저리 사다 놓은 책들이 머리맡을 뒹군다.

그중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카페 창업이다. 음악과 분위기, 우아한 손님…. 2005년 디자인하우스에서 나온 ‘우리 카페나 할까’가 촉발제였다. 직장인 남성 4명의 카페 만들기였다. 출판계에서는 5만 부 이상 나간 것으로 추산한다. 엇비슷한 제목의 카페 창업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또 창업기가 뜨고 있다. 창업 얘기가 지겨울 때도 됐는데, 제목도 요상하다. ‘낭만적 밥벌이’(마음산책)라니.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차린 조한웅(35) 씨의 창업 체험기이다. 과연 카페여서 여유와 낭만이 흐른다는 뜻일까? 그런데 이 책, 출간 열흘 만에 2500부 가까이 나갔다. 궁금한 건 둘째 치고 괜히 배가 아프다. 일단 그 카페 주인장을 만나봤다.

10일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 ‘릭앤키키봉’에서 만난 조한웅 씨는 카피라이터 출신. 광고회사를 다니다 “매일 별 보며 집에 가는” 신세가 한탄스러워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그리고 아파트를 줄이고 돈을 꿔 친구와 마련한 카페가 릭앤키키봉이다.

“사실 카페, 싫어했어요. 소주 먹고 ‘스타크래프트’ 하는 남자들 아시잖아요? 근데 우연히 좋은 매물이 나와 덥석 계약해 버렸어요. 자기 신세 한탄하던 노총각 둘이서 일을 저지른 거죠. 전세방 줄이고 돈 꿔가지고.”

그렇게 ‘사고’를 쳤지만 대가가 기다렸다. 영업등록부터 인테리어까지 문제가 끊임없이 생겼다. 돈은 돈대로 깨지고, 몸은 몸대로 축나고. 꿈이 현실로 내려온 순간, 악몽이 됐다.

카페 문을 열고도 끝이 아니었다. 환기통이 고장 나지 않나, 카페 입구에서 공사를 하지 않나. 일이 갈수록 늘어났다. 매니저를 둔 뒤 한숨 돌렸지만…. ‘낭만적 밥벌이’는 바로 그 우여곡절의 반어법인 셈이다.

“카페만 놓고 보면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돈을 벌려면 24시간 일해도 부족해요. 다만 제가 글 쓰는 게 꿈이었거든요. 나만의 ‘작업실’이 생긴 게 그나마 얻은 ‘낭만’이죠. 아, 사고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낭만일 수도 있겠네요.”

꿈은 누구나 꾼다. 선택이 다를 뿐. 도전하건 포기하건, 정답은 없다. 참, 소설가 정이현 씨가 ‘키키봉’(조 씨의 별명)의 글맛에 취해 어머니에게 “나도 카페 차릴까” 여쭤봤단다.

“정신 차려라.”(어머니 말씀) 우린 그러고 산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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