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한옥을 돌아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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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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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 한옥마을은 이제 대한민국의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내외국인이 몰려 골목골목 한옥문화의 매력을 만끽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옥의 장점과 운치, 그리고 전통 문화적 경향에 대해 말하는 걸 들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에 아파트가 지어지던 초창기, 한옥에 살던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한옥의 불편함을 말하며 아파트 주거 형태의 장점을 예찬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 아파트 입주민은 특수 계층으로 받아들여지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한옥에 살던 사람은 기를 쓰고 아파트 주민이 되고자 했고 당연한 결과처럼 그 많던 한옥 마을은 차츰 자취를 감추고 한옥이 있던 대부분의 터전에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습니다.

한옥에 사는 사람의 의식과 아파트에 사는 사람의 의식은 확연히 다릅니다. 한옥과 아파트의 주거환경이 의식구조에 영향을 미친 결과일 터입니다. 한옥은 몇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지만 아파트는 핵가족 세대를 위해 닫힌 구조를 지향합니다. 한옥은 종이 흙 돌 등의 천연재료를 사용하지만 아파트의 주된 재료는 철근과 콘크리트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넘쳐나는 아파트 문화에 한없이 익숙해졌지만 그것이 어떤 상실의 결과로 얻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없이 둔감한 실정입니다.

죽기 전에 한옥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도시를 떠나 전원에 가서 흙을 밟고 살아보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이 전원에서 한옥으로 바뀐 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옥은 단순한 전통가옥이 아닙니다. 농경문화의 오랜 전통과 풍습을 하나로 압축한 문화가 한옥이고 그것은 우리 무의식 속에 유전인자처럼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원의 공간인 동시에 기억의 공간이고 돌아가 눕고 싶은 공간입니다. 한옥이 정서적이라면 아파트는 철저하게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몇십억 원대의 부동산, 요컨대 아파트는 자본주의적 세뇌가 만들어낸 기막힌 판타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집은 모태와 평안의 상징입니다. 어머니 배 속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 그리고 지친 몸을 수평으로 눕히고 심신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교류가 이어지는 따뜻한 마음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옥은 온돌과 마루와 마당을 통해 안식을 주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지향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아파트는 그와 같은 고전적 집의 개념을 해체하고 차단합니다. 아파트의 구조 자체가 결집이나 교류보다 독립적인 차단 공간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마당도 없고 대청마루도 없는 콘크리트 공간에서 가족은 가족대로 이웃은 이웃대로 한껏 소원해집니다.

한옥 처마에 맺힌 고드름, 추녀 밑으로 날아드는 제비, 마당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따끈따끈한 아랫목, 바람이 지나가는 대청마루, 볼수록 마음 편하게 만드는 방문의 격자무늬…. 넉넉한 마음으로 앉아 있을 때 넓은 마당으로 이웃이 들어섭니다. 대청마루에 앉아 차를 나누고 이것저것 정담을 나눕니다. 그사이 마당에서는 동백이 지고 모란이 지고 낙엽이 지고 눈발이 흩날립니다. 참으로 사람이 살고 싶은 정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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