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228>今天下, 地醜德齊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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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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地醜德齊는 제후들의 땅(영토)이 비슷하고 덕도 같음을 말한다. 醜는 ‘같다’는 말로, 뒤의 齊와 유사하다. 또 德은 위정자의 덕을 가리키되, 위정자가 만들어내는 정치풍토 등을 포괄한다. 맹자는 한 위정자가 훌륭한 일을 크게 하려면 자신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훌륭한 신하를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당시의 제후들은 대부분 자신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하를 두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가르치고 명령할 수 있는 신하들만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地醜德齊의 상황이므로 서로 비교하면 고만고만할 뿐 특출한 정책을 내놓을 수 없었다.

今天下는 ‘지금 천하의 제후들은’이다. 莫能相尙은 어느 누구도 남보다 우위에 나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尙은 넘어선다, 뛰어넘는다는 말이다. 無他는 다른 이유가 없다는 말로, 곧 그 이유는 뒤에 말하는 이것뿐이라는 뜻이다. 好臣其所敎는 제후가 자신이 가르쳐주고 시켜야 하는 그런 보잘것없는 인간을 신하로 삼기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好의 목적어가 臣其所敎이고, 臣의 목적어가 다시 其所敎이며, 其는 생략되어 있는 말인 ‘제후’를 가리킨다. 好臣其所受敎에서도 好의 목적어는 臣其所受敎이고, 臣의 목적어가 다시 其所受敎이며, 其는 ‘제후’를 가리킨다. 이 두 구절의 중요한 차이는 所敎와 所受敎에 담겨 있다. 所敎는 가르쳐 주어야 하는 바, 所受敎는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바라는 뜻이다.

조선 선조 때 裵龍吉(배용길)은 ‘六條疏(육조소)’에서 군주가 재상을 택할 때 가르칠(시킬) 수 있는 사람만 구하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구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 취하고 두려워할 수 있는 사람은 취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했다. 오늘날 여러 단체의 지도자들도 可敎可愛(가교가애)의 사람만 가까이 두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所受敎所可畏(소수교소가외)의 사람을 가까이 해야 그 단체가 발전하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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