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66>以力服人者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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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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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제후가 以力假仁(이력가인)하면 覇道(패도)이고 以德行仁(이덕행인)하면 王道(왕도)라고 했다. 이어서 맹자는 패도의 권력구조는 힘의 관계로 이루어지므로 언제든 불복종이 일어날 수 있는 반면, 왕도의 관계망은 성실한 마음에 따라 이루어지므로 悅服(열복, 기쁘게 복종함)의 특성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以力服仁의 力은 以力假仁에서의 力과 마찬가지로 토지, 재산, 병력 등을 가리킨다. 服人은 남을 服從(복종)시킨다는 말이다. ∼者는 그 앞의 구를 명사화하는 접미사다. 반드시 ‘∼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心服은 마음에서부터 복종함이다. 不贍은 넉넉하지 않다는 말로, 不足(부족)과 같다. 中心은 心中과 같다. 誠服은 진정으로 복종함이니, 心服과 같다. 如∼는 ‘∼과 같다’이다. 七十子는 공자의 高弟(고제, 뛰어난 제자) 70명을 말한다. ‘사기’의 ‘孔子世家(공자세가)’편에 보면, ‘공자의 문하에서 몸소 六藝(육예)에 통달한 자가 72명이었다’고 했는데, 七十子란 그 수를 개략적으로 말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제왕의 지위를 얻지 못했으나 七十子는 종신토록 복종했다.

옛 학자가 말했듯이 힘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남을 복종시키는 데 ‘뜻을 두므로’ 남이 감히 복종하지 않을 수 없으나, 덕으로 남을 복종시키는 것은 남을 복종시키는 데 ‘뜻을 두지 않으므로’ 남이 절로 복종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覇와 王의 차이는 군주의 국가 및 천하 경영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와 사회조직 속에서 覇와 王의 차이가 나타난다. 이때 힘으로 남을 굴복시키면서도 인자한 척 가장한다면 결코 상대방이 心服할 리 없다. 이 단순명쾌한 진리를 알고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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