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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0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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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남 나누리병원 정신분석연구소장에 따르면 드라마 속 비정상은 단지 '아내의 유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드라마가 '가상현실'이란 점을 감안해도 최근 드라마에는 정신병으로 의심되는 환자 캐릭터들이 다수 있다.
김 소장은 뜻밖에도 최근 종영한 KBS2 '꽃보다 남자'의 여주인공 금잔디(구혜선)를 정상이 아닌 대표적 인물로 꼽았다. 서울YWCA 대학생 방송모니터회는 14일 발표한 드라마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금잔디를 "이처럼 수동적이고 비독립적이며, 안하무인이고 종속적인 캐릭터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신의학적으로도 안쓰러운 캐릭터라는 것.
김 소장은 "'아내의 유혹' 구은재와 비슷하게 '메조키스틱 나르시즘'이 가득한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집단 폭행을 예견하면서도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신을 '박해의 희생자'로 착각하는 중증"이라고 말했다.
MBC '내조의 여왕'에 나오는 '찌질남'(남자답지 못한 남성을 일컫는 신조어) 온달수(오지호)는 서울대 의대를 나왔음에도 우유부단과 의지박약의 끝을 보여주는 등 비정상적 행동을 한다. 이는 현실에 부딪혀 자존심을 다친 온달수가 스스로 바보가 되는 '자아 체벌(self-punishment)'의 기제가 작동한 것이라 볼 수 있다.
SBS '카인과 아벨'의 형 이선우(신현준) 역시 현실적으로 희귀한 캐릭터. 그는 아버지가 병원을 동생에게 물려주려고 하자 동생을 죽이려 들고 아버지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처럼 타인을 향한 극단적인 '살인자적 분노(murderer's rage)'는 히틀러에게나 볼 수 있는 성정이다.
김 소장은 "최근 일련의 드라마의 캐릭터를 종합하면 문제의 책임을 타인에게 돌리는 '피해자 증후군'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면서 "아무리 가상이라지만 무의식적으로 이런 사고가 퍼지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에게 유사한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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