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216>竹(대 죽)

  • 입력 2005년 6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竹은 곧게 뻗은 대와 양옆으로 난 잔가지를 그렸다. 갑골문이 쓰였던 기원전 13세기쯤의 황하 유역은 야생 코끼리가 살 정도로 기후가 따뜻해 대나무도 많았다. 대는 지금도 생활의 유용한 재료이듯, 당시에도 생필품은 물론 다양한 악기, 나아가 서사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곧게 자라는 대는 貞節(정절)의 상징이기도 했고, 대로 만든 말을 타며 함께 놀던 옛 친구(竹馬故友·죽마고우)를 연상케 하는 篤(도타울 독)처럼 깊고 ‘도타운’ 정을 뜻하기도 한다.

먼저, 대는 생활용품의 대표적 재료였다. 그래서 조(조리 조)는 쌀을 이는 데 쓰는 조리를, 筌(통발 전)은 물고기를 잡는 통발을, (겁,급)(책 상자 급)은 책상을, 簞(대광주리 단)은 대로 만든 밥그릇을, 箭(화살 전)은 화살대를, 筵(대자리 연)은 대로 만든 깔개를, 笠(우리 립)은 삿갓을, 箱(상자 상)과 협(상자 협)은 상자를 말한다. 또 가늘게 쪼갠 대는 점치는 도구로 쓰이기도 했는데 筮(점대 서)와 섬(대조각 점)은 이를 반영하며, 箸(젓가락 저)와 :(젓가락 쾌)는 동양의 음식 문화의 상징인 ‘젓가락’을 말한다.

둘째, 絲竹(사죽)으로써 음악을 상징할 정도로 악기의 주요 재료가 되었는데, 竺(대나무 축), 우(피리 우), 笙(생황 생), 笛(피리 적), 가(호드기 가), 공(공후 공), 簫(퉁소 소), 筑(악기 이름 축) 등은 모두 대로 만든 악기를 말한다.

셋째, 종이 이전의 대표적인 필사 재료로 쓰였다. 대를 쪼개 푸른 겉면을 불에 구우면 훌륭한 서사 재료가 되는데 이를 竹簡(죽간)이라 했으며, 冊(책 책)은 竹簡을 실로 엮어 놓은 모습이다. 篇(책 편)은 납작한 대 조각(扁·편)에 쓴 글을, 纂(모을 찬)은 여러 글을 계산해 가며(算·산) 한데 모아 실((멱,사)·멱)로 ‘엮음’을 말한다.

또 策(채찍 책)은 가시(자·자)처럼 자극할 수 있는 대 침에서 對策(대책)의 뜻이 나왔고, 箋(찌지 전)은 책 속에 꽂아 두는 작은((잔,전)·전) 대 쪽지로부터 글에 다는 주석이나 註疏(주소)의 의미가 나왔다.

하 영 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