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방이 예쁜 식당 "분위기는 제 2의 맛"

  • 입력 2002년 2월 7일 15시 56분


《‘방’이 좋은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웃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차단돼 대화가 무르익는 것을 도와줄 뿐만 아니라 갖가지 실내장식이 대화의 분위기를 띄워주기 때문이다. 중대형 규모의 한식집 일식집에는 으레 방이 있지만 기계적으로 공간을 분할시킨 파티션에 좁은 공간 속 ‘양반 다리’포즈가 견디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비즈니스 접대용으로도 좋고, 연인과 함께 모처럼의 자리를 함께 하기에도 적합한 ‘방’을 찾아보자. 설 연휴 모처럼 모인 가족들끼리 편안히 모여 대화를 나눌 만한 널찍한 곳도 있다. 》

스페인 음식점 '라 에스끼나'

◆ 부부, 연인이 함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스페인 음식점 ‘라 에스끼나’(02-3446-2525)는 2층에 4인석, 12인석, 14인석으로 구성된 방 4개가 있다. 방과 방 사이의 복도에는 칵테일을 마실 수 있도록 조그마한 ‘스탠딩바’가 마련돼 있다. 흰색 벽지에 짙은 갈색의 유럽풍의 앤티크 가구와 테이블보 등을 매치시킨 실내장식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낸다. 오븐에 5시간 정도 구워주는 ‘새끼돼지구이’ 1마리를 시키면 4∼5명이 먹을 수 있다. 기름기가 없고 바삭바삭한 고기 맛이 독특하다.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양식당 ‘더 소호’(02-722-1999)에는 1층과 2층 사이에 ‘피카소 방’이라 불리는 공간이 있다. 피카소의 그림 프린팅이 벽에 걸려 있으며, 2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1개만 있어 오붓한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탈리아 식당 ‘아란치오’(02-553-0093)에는 12명이 앉을 수 있는 방이 1개 있는데 허브향이 나는 화분, 파스텔톤의 벽지, 발그스레한 조명이 있어 일명 ‘공주방’으로 불린다.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 비즈니스 미팅, 접대를 위한 곳

서울 종로구 신문로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르 시안’(02-732-1998)에는 8명, 6명이 들어가 비즈니스 모임을 할 수 있는 2개의 방이 있다. 인터넷 전용선이 깔려 있고 롤 스크린이 있어 프로젝터를 가져오면 식사를 하면서 프리젠테이션을 겸한 회의를 할 수 있다. ‘트러플 간장소스’, ‘아루글라 소스’ 등 갖가지 채소를 직접 갈아 만든 소스들과 농어 도미 가자미 등 생선요리가 조화를 이룬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양식당 ‘비즈바즈’(02-6002-7777)에는 8∼28명이 들어갈 수 있는 방이 6개 있다. 방마다 인터넷 전용선이 갖춰져 있으며, 팩스 또는 가라오케 시설이 있는 방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퓨전 중식당 ‘빠진’(02-3442-0087)은 3층에 10명이 앉을 수 있는 하나의 테이블만 있어 사실상 방의 역할을 한다. 외국인 손님들과 함께 가기에도 좋은 곳이다. 청담동 리베라호텔 1층 ‘와인 앤 다인’(02-3438-1436)은 7, 8명이 오붓하게 앉을 수 있는 6개의 방이 있으며 180여종의 와인도 구비돼 있다.

이탈리아 식당 '아란치오'

◆ 가족과 함께

서울 중구 장충동 한정식집 ‘토방’(02-2233-3113)은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아 ‘상견례용 식당’으로도 불린다. 클래식음악이나 국악이 흘러 나오고 각 방에는 병풍이 있어 운치가 있다. 8인실 1개, 16인실 2개, 30인실 1개가 있으며 방 창문 사이로 신라호텔뜰이 보인다. 방 안에 개별 화장실이 있다. 장독대나 부뚜막을 본따 만든 소품들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풀향기’(02-794-8007)에는 방은 3개밖에 없지만 모두 천장이 통나무로 돼 있고 벽은 황토로 돼 있어 따스한 느낌을 준다. 정원에 심어 놓은 대나무의 풍경이 좋다. 방에 있는 화병에는 3일에 한 번씩 생화를 갈아 꽂는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게요리집 ‘북해도’(031-781-0177)는 뜰 안에 아담한 일본식 정원을 만들어 놓고 있어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경기 하남시 청연동의 ‘마방집’(031-791-0011)은 전통한옥식 구조로 돼 있는 7개의 방이 있다. 높다란 문지방을 드나드는 멋이 있으며, 방문을 열면 장독대가 보인다. 전통 한식밥상에 내오는 된장찌개정식(7000원)과 장작불고기(1만원)가 인기 메뉴다.

◆ '유별난 방'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있는 인도식당 ‘달’(02-736-4627)은 벽지가 금박으로, 벽면이 거울로 돼 있는 방이 있어 붉은색 의자와 톤 다운된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덕분에 ‘밀담(密談)’을 나누기에 적합하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석파랑’(02-395-2500)은 조선 말기 대원군이 사용하던 한옥을 식당으로 개조한 곳이다. 이 중 사랑채였던 곳을 방으로 사용하는데, 30명까지 한 방에 들어갈 수 있으며, 궁중요리를 기본으로 한 한정식을 먹을 수 있다.

서울 중구 무교동 서울파이낸스빌딩의 일식당 ‘이키이키’(02-3783-0002)에는 ‘물이 흐르는 평상’을 컨셉트로 한, 일본식 정원을 배경으로 4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방은 아니지만 독립된 공간이라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단골손님에게만 주는’ 방도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퓨전일식집 ‘에비수’(02-3444-3123)에는 8명이 앉을 수 있는 방이 1개 있는데, 홀과 떨어진 구석에 있어 밖에서는 안이 안 보이지만 안에서는 밖이 보인다. 따끈하게 데운 청주, 샐러드 주먹밥, 데리야키 등이 인기메뉴이며 늦은 시간까지 옹기종기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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