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앙상블 기교는 흉내 내겠지만… 따라잡기 힘든 80여년의 연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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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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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년합창단 한국투어 공연
앙상블 ★★★★ 무대구성 ★★★★☆

1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한 빈 소년합창단은 바로크 성가곡에서 오늘날의 팝송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세련된 무대매너로 객석과의 성공적인 호흡을 이끌어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1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한 빈 소년합창단은 바로크 성가곡에서 오늘날의 팝송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세련된 무대매너로 객석과의 성공적인 호흡을 이끌어냈다. 사진 제공 크레디아
빈 소년합창단의 역사는 알려졌다시피 다섯 세기를 넘는다. 그러나 대중을 대상으로 한 ‘소년 합창 콘서트’의 역사는 오스트리아 ‘궁정합창단’이 제정 해체 후 1924년 오늘날의 이름으로 재구성되면서 비롯됐다. 음역의 넓이도, 다이내믹(강약)도 제한된 소년 합창으로 하룻밤의 콘서트를 꾸린다는 도전이 그때 시작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연초마다 한국 청중을 찾아온 빈 소년합창단이 15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했다. ‘천사 같은 순수함’만으로 메우기 힘든 음역과 강약의 제한을 이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그 답은 80년 넘게 쌓아온 이들의 프로그램 구성 노하우에서 찾을 수 있었다.

퍼셀 멘델스존 바흐 등의 합창곡으로 도입부를 장식한 뒤 이들은 3중 합창곡인 모차르트 ‘부드러운 마음으로 사랑합니다’를 꺼내들었다. 합창단 전체를 무대 좌우로 넓게 분산시켜 화려한 입체음향과 잔향을 이끌어 낸다는 계산이었다. 이어 라틴아메리카의 손북 리듬이 펼쳐지는 라미레스의 ‘미사 크리오야’가 흥을 돋우었다. 2부는 ‘아리랑’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민요 무대와 대중음악 무대에 이어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와 왈츠 무대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간 진행에 따라 변하는 관객들의 흥미와 감정고조의 곡선을 절묘하게 파악한 진행이었다.

거의 매일 펼쳐지는 공연과 합숙 훈련으로 정련된 앙상블은 정묘했다. 그러나 한국의 어린이 합창단이 모방하고자 한다면 못할 것도 없었다. 멜로디 파트는 성량이 큰 몇몇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들려 때로는 균질함을 잃어버렸다. 여러 솔리스트가 번갈아 등장하는 ‘의로우신 알리’에서 이들의 성량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느껴졌다. 이날 무대는 앙상블의 정밀함에서는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무대 구성의 묘미에서는 함부로 따라잡을 수 없는 경지에 올라선, 유서 깊은 합창단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서울공연 23일 오후 8시, 2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3만∼10만 원. 1577-5266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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