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경기장/전주]"이곳에선 축구도 예술이겠네"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6분


8일 문을 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공사 관계자들이 둘러보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8일 문을 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공사 관계자들이 둘러보며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전주 나들목을 지나 ‘호남제일문’ 오른쪽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전주 월드컵경기장. 8일 국내 여섯번째로 개장할 경기장은 외형만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네 귀퉁이에 솟은 큰 기둥이 12줄의 케이블로 4개의 지붕을 버티고 있는 형상으로 풍년을 기원하며 세워두던 솟대 모양의 기둥은 애초 설계부터 ‘희망’의 상징물로 정해뒀던 것이다. 12줄 케이블은 가야금의 12현을 나타냈고 한지를 차곡차곡 접었다 편 듯한 지붕은 합죽선을 본 땄다. 역시 ‘예향’ 전주의 월드컵경기장다웠다.

사실 전주 월드컵경기장은 그 잡은 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장 옆 ‘호남제일문’은 단지 전주시내로 가는 입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호남 북부의 중심이자 표상이 되는 문이다. 이 문을 들면 대사습놀이의 고장 전주의 멋과 풍류가 있고, 이 문을 나서면 철마다 지평선의 색을 바꾸는 김제 벌판의 여유가 있다. 멀리보면 군산 항구의 드세지만 순박한 인심이나 단오철마다 사람들 입을 떠나지 않는 남원골 춘향의 충절이 모두 이 문을 통한다.

정문 앞을 비껴 흐르는 작은 개울은 전주 월드컵경기장의 자태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경기장 건설로 흐름을 바꾼 ‘조촌천’ 바닥에는 ‘러버 댐’이라는 고무 튜브를 설치했다. 유량이 적으면 공기를 넣고 유량이 많으면 공기를 빼 늘 비슷한 수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경기장은 외관 뿐 아니라 내실에도 신경을 썼다. 그 중 하나가 그라운드의 배수성. 잔디는 미국프로골프(PGA) 경기장의 그린과 같은 설계로 만들어졌다. 웬만한 폭우에도 30분만 지나면 잔디 표면은 미끌어지지 않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한다.

‘싸이폰식 지붕 배수 시스템’을 도입해 지붕에 고인 빗물이 재빨리, 그리고 적은 소음으로 빠져나가게 했고 스탠드 등 경기장 내의 주요 구조물은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조립하는 ‘PC조립식 공법’으로 시공해 공사 기간은 줄이고 강도는 높였다.

4만2400여석의 좌석은 쉽게 변색하지 않는 파스텔 톤의 색상을 택해 사후 관리 측면을 고려했다. 서울 경기장 등과마찬가지로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공법으로 공기를 맞춰 이제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전주〓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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