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의 옛글에 비추다]현명한 신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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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오왕(吳王) 부차(夫差)가 제(齊)를 치러 가던 도중에 잠시 쉬면서 깜박 졸다 꿈을 꾸었다. 부차가 공손성(公孫聖)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자, 공손성이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군사행동을 중지하고 덕을 닦으십시오. 그리고 월왕(越王) 구천(句踐)에게 사죄하십시오. 그러면 나라와 몸을 보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부차는 화를 내며 공손성을 죽였다. 후에 오나라는 전쟁으로 쇠약해지고, 그 사이 국력을 강화한 구천에게 패하였다. 오나라는 멸망하고 부차는 자살하였다.

백제의 충신 성충(成忠)은 좌평으로서 의자왕의 음탕함을 여러 차례 간하다가 왕의 노여움을 사 옥에 갇혔다. 성충은 “충신은 죽어도 임금을 잊지 않으니 한마디 하고 죽겠습니다. 시국을 보건대 반드시 전쟁이 있을 듯한데, 반드시 상류에서 적을 맞이해야 지킬 수 있습니다. 적군이 침입하면 육로는 탄현을 넘지 못하게 하고, 수군은 백마구를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하고 죽었다. 그러나 이 말을 무시한 백제는 당나라 소정방에게 패하여 끝내 멸망하였다.

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충신은 미리 조짐을 알아서 간언을 올리지만 오히려 그 간언 때문에 죽고, 어리석은 왕은 이를 알지 못하여 끝내 나라와 제 몸을 망친다는 점입니다. 성호 이익(1681~1763)의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1권에 실린 ‘충신이 제 몸을 희생하다(忠臣殺身)’라는 글입니다. 아랫사람이 뛰어난 지혜로 어떤 일을 예견하고 경계한다면 윗사람은 이를 잘 듣는 귀라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성호 선생께서 비유로 든 사례입니다.

개인의 가정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다. 개를 기르는 것은 도둑을 막기 위함이요, 개가 짖는 것은 사사로운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畜犬, 所以防盜也. 犬吠, 非有私意也). 그런데 밤중에 개가 짖으면 주인이 나와 살펴보고는, 아무 흔적이 없으면 모두들 개를 야단친다(中夜聞吠, 主人出而伺察, 或不見形影, 則未有不怒犬者也).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 개는 본 것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데, 꾸짖어도 개가 계속 짖어대면 사람은 심지어 개를 차고 때리기까지 한다. 조용히 이유를 생각해 보고 가만히 개를 따라가 살펴본다면 그 흔적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성호 이익#성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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