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황인찬]김정은의 ‘평창 깜짝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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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정치부 기자
황인찬 정치부 기자
3년 전 인천에 북한 최고위층들이 한꺼번에 떴다. 아시아경기대회 폐막식에 맞춰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등장한 것이다. 하루 전 방문 의사를 알려온 깜짝 행차였다.

최고 관심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의 만남 성사였다. 하지만 불발됐다. 남한 대표단은 당일 오찬회담에서 “청와대 예방 의사가 있으면 준비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은 “(북한) 선수단 격려도 해야 하고 폐막식도 있고 해서 시간 관계상 어렵다”고 거절했다. 결국 이들은 인천 땅만 밟고 돌아갔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당시 상황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정부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남북관계 개선의 전환점으로 기대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당시 김정은은 집권한 지 3년 남짓 됐을 때로 남한과의 직접 대화 필요성이 컸을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실세 3인방을 보낸 것 자체가 대화 의지를 내비친 이벤트였는데,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청와대행을 권유했어야 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청와대행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측이) 절차상의 프로토콜에 너무 매달렸던 것은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인천발로 시작된 화해 분위기는 이듬해 8월 목함 지뢰사건, 2016년 1월 4차 핵실험으로 다시 싸늘히 식었다. 이제는 민간 교류나 인도적 지원마저 끊긴 ‘빙하시대’가 됐다.

이런 와중에 김정은은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대형 도발을 감행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장 도발 휴지기’도 75일에 멈췄다.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한층 강해질 것이며 우리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평창에 데려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병행돼야 한다. 북한의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회의 안정적 개최와 흥행을 보장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북한 못지않게 우리가 얻는 실익이 크다.

물론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평창행 티켓을 확보했지만 참석 여부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북한은 두 차례의 아시아경기(2002년 부산, 2014년 인천)엔 참석했지만 올림픽(1988년 서울)은 보이콧한 전력이 있다. 북한이 폐막식에 맞춰 인천에 3인방을 보낸 것은 금메달 11개를 따며 ‘톱10’에 든 성적이 배경이었다. 그러나 겨울 종목은 약하다. 북한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만 땄다.

최근 잰걸음으로 경제 행보에 나서는 김정은은 세계 유명 상품과의 경쟁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그런 그가 노 메달이 유력한 대회에 선뜻 선수단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향후 더욱 강한 제재에 놓일 북한이 평창 참가를 통해 극적인 상황 변화를 노릴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김정은의 도발에 강경하게 대처하면서도 평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 이번엔 우리가 먼저 ‘깜짝 쇼’를 펼칠 필요도 있다. 내년 1월 29일 선수 등록 마감까지 고작 두 달 남았다.

황인찬 정치부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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