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서유헌]앞쪽뇌 클 때 옆쪽뇌 자극하면

  • 입력 2008년 10월 13일 02시 57분


산모가 수학 공부를 한다고 수학 지식이 태아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재미없고 어렵기 때문에 산모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으면 여러 종류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태반을 넘어 태아에게 전달되면서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신경정신 질환을 야기한다.

조기교육 열풍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불지만 그만큼 발전하기보다는 퇴보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강제 교육에 의해 지의 뇌(이성의 뇌)는 과도히 혹사당하지만 감정과 본능의 뇌는 억눌려 메마른다.

대학입시에 초점을 맞춘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의 감정과 본능의 뇌가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비정상적으로 담배, 술, 본드, 부탄가스를 흡입하거나, 폭력이나 가출을 통해 감정적 충족을 얻으려고 한다. 많은 학생이 이런 교육현실에 견디지 못하고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

우리는 아이들의 뇌가 완전히 성숙된 어른의 뇌처럼, 가르쳐 주기만 하면 어떤 내용이라도 모두 잘 받아들일 수 있는 듯이 아무 내용이나 무차별적으로 교육한다. 공부를 100% 담당하는 아이의 두뇌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남보다 빨리(조기교육) 많이(양적교육) 가르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나 잘못됐다.

최근 체육교사가 살기 위해 영어교사로 변신하는 내용을 그린 ‘울 학교 ET’라는 영화가 우리 교육현실을 잘 풍자한다. 우리의 뇌는 지나치게 많은 지적자극에 혹사를 당하면 쉽게 손상되므로 적절한 휴식과 수면, 운동이 뇌 발달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정의 뇌가 충족되면 지의 뇌가 더욱 더 효율적으로 발달한다. 다시 말해 즐겁게 공부하면 공부가 더 잘된다.

우리 아이의 뇌는 다른 아이의 뇌와 너무나 다른데도 우리는 일률적으로 똑같은 교육을 시킨다. 우리 아이의 뇌는 어떤 부분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가, 즉 소질과 발달된 지능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 교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뇌를 기반으로 한 교육, 즉 뇌를 알고 교육하는 일이 너무나 중요하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뇌 연구가 활발하지 못해 뇌에 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으나 최근 급속히 발전하는 연구를 통해 우리는 특정 뇌 부위의 최적의 발달시기를 알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뇌 발달 시기에 맞는 적기 교육을 실시해야 교육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쪽 뇌(전두엽)가 발달할 때 앞쪽 뇌를 가장 잘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하는데 옆쪽 뇌(측두엽)를 발달시키는 교육을 한다면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뇌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즉, 앞쪽 뇌가 가장 빠르게 발달하는 유아 시기에 창의적 교육, 인간성, 도덕성 교육을 시키지 않고 초등학교 시기에 가장 빠르게 발달하는 언어의 뇌 발달 교육, 즉 영어를 강제로 시킨다면 아직 발달되지 않은 언어의 뇌가 망가질 수 있다.

가느다란 전선에 과도한 전류가 흐르게 되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나듯이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가 아직 성숙되지 않았는데도 과도한 조기교육을 시키면 뇌에 불이 일어나서 과잉학습장애 증후군이나 정신적 정서적 장애가 나타난다.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과학연구는 인간의 뇌 신비를 밝히는 연구이다. 뇌 신비를 100% 활용해서 발달시기에 적절한 교육을 한다면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우리의 생활과 인류문화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 차원에서의 뇌 연구 수행과 뇌 연구원 설립은 교육혁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서유헌 서울대 의대 교수 서울대 의대 신경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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