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건우]융합과학이 미래와 소통한다

  • 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소통’이 중요한 시대이다. 사회가 세분되고 이질화되면서 커뮤니케이션은 동일 그룹 내에서 원심력과 구심력을 가지며 하나의 테두리를 형성해갈 뿐, 다른 영역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울타리 너머의 분야에 대한 관심보다 내 분야의 연구반경을 좁혀 그 깊이에서의 전문성에 집중한다.

그러나 기술이 첨단화 전문화됨에 따라 독자 기술 개발은 최고 정점에 다다르고 있어, 과학 기술 개발의 질주는 막다른 길에 직면했다. 즉, 진화에 따른 발전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간 삶의 획기적 개선을 위한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해 지금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해야 할 때이다. 열쇠는 고도로 전문화된 개별 과학기술 간의 융합에 있다.

미래 기술 강국으로의 자리매김을 위해 과학자가 집중하는 분야는 소위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공학기술(ET) 문화기술(CT) 등의 화학적 결합인 융합과학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일찍이 융합과학기술의 잠재력을 간파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은 기존의 과학기술체제에서 상상치 못했던 기발한 제품을 융합이라는 작용을 통해 만들어 내고 있다.

입을 수 있는 컴퓨터, 노래하는 신발, 인간과 로봇과의 인터페이스의 일종인 홍채인식시스템, 특정 장소에만 소리가 전달되는 오디오 스포트라이트 시스템, 컴퓨터처럼 기록하고 삭제 가능하며 종이처럼 찢을 수 있는 e페이퍼 등 새롭고 참신한 개념의 개발품은 각기 다른 연구에 매달리는 연구원들이 24시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이다. 기존의 단일 기술이 부닥쳤던 기술적 한계는 다른 분야 지식과의 접목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인은 개인 특화 분야에 갇힌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야 한다. 이는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소통을 통한 외부지식의 자극으로 가능하다.

정부는 6대 분야 22개 신성장 동력을 선정한 뒤 지원책을 9월에 발표했다. 기술 강국, 경제 강국으로의 진입뿐 아니라 환경문제와 사회문제의 해결을 적극 고려한 정책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과학기술 개발이 인류의 터전인 지구환경의 보전과 발걸음을 맞춰 나가니 다행이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잘살기 위해 치중한 산업화가 이제는 생태계의 파괴로 인해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되고 있다. 차기 희망 기술인 융합기술은 환경과의 소통을 통해 친환경적 기술을 만들어 내야 한다. 또 이론뿐인 과학이 아닌 인간생활의 개선을 위한 실용기술이 되기 위해 일상생활과의 소통이 절실히 요구된다.

수소연료, 전자연료를 개발하고 이를 발판으로 다른 분야와 융합하여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내며, NT를 BT에 결합해 바이오칩기술 및 인공장기를 개발하고, NT BT IT가 융합되어 등장할 유비쿼터스 헬스시스템은 건강한 인류의 미래를 위한 획기적 개선책이다. 또 연잎에 이슬이 맺힌 것을 보고 표면구조를 분석해 아이디어를 얻은 ‘기름이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같은 제품은 생활수로 인한 수질오염의 방지를 위한 출발점이다.

소통에 따른 지식 간의 교류, 발상의 전환, 사회·환경에의 영향, 수요 중심의 개발은 실용적 융합과학기술을 태동시키는 요인이다. 여러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신기술은 인간 생존 조건을 개선하며 번영된 미래 사회를 이끌 것이다.

개별 색상의 명도와 채도만을 달리해 동일 계통 안에서 다양한 색상을 만들어 냈던 과거의 그림에서 탈피해 이제는 다른 원색을 혼합해 만들어진 새로운 색상으로 다채롭고 활기찬 미래 인류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이 바로 융합과학기술의 임무이다.

이건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원장·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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