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대통령 리더십 이대로 좋은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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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들어 대통령이 민생과 경제활성화 법안을 외면하고 있다고 국회를 연일 질타하더니 종국에는 국회의장과 정면충돌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청와대는 국회의장에게 경제·노동 관련 법안들을 직권상정해 달라고 요청했고 국회의장은 국회법상 불가하다고 거부했다. 대통령과 입법부가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장면은 국민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를 공적의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가 하면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함으로써 국회를 부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국민은 국회를 불신하기도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첨예한 갈등을 더욱 우려하며 불안해하는 것 같다. 아무리 법안이 중요하다 해도 그 때문에 행정부가 입법부를 지도하거나 지휘하는 자세를 취해서는 곤란하다. 삼권분립의 헌정 체제를 부인하지 않는 한 어디까지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대화와 설득 그리고 협상을 통해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즉, 소통이다.

오늘날 정국 경색과 불안 원인은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도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법’을 과연 국민에게 제대로 알린 적이 있는가? 야당 지도자들을 불러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어떻게 위기 극복을 할 것이라고 설득해 본 적이 있는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어가는 모습보다는 쟁점을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는가? 국회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고 하기보다는 ‘내 탓도 있소’라고 말할 용기는 없는가?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외국 지도자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1회계연도 재정 감축안을 공화당 주도로 통과시키자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그러나 이들이 대통령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 하여 회의실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며칠 뒤 양당 간 합의안이 발표돼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13년 총선 이후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과 대연정을 성사시켰지만 쟁점 법안을 놓고 3개월간 표류하자 야당을 직접 찾아가 17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를 이뤄냈다. 우리는 외환위기 직전에 금융개혁법 통과를 위해 김영삼 대통령이 야당 대표인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에게 전화하기를 참모들이 건의했지만 결국 ‘아쉬운 소리’를 하기 싫어 안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토록 중요한 법안이라면 대통령은 아무리 불편한 상대라도 만나서 설득하는 것이 책임 있는 리더십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원칙과 소신 그리고 도덕성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 협의, 국회 설득을 통해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덕목이다. 대통령의 역량이 청와대 반경에서 그치지 않고 한국 영토의 곳곳에 침투하게 하려면 바로 소통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대통령은 지시적 리더십에 치중하고 있다. 모든 일에 직접 관여하고 지시를 내려야만 한다. 그러면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게 된다. 한국 사회의 발전에 비추어 볼 때 걸맞은 리더십은 관계적 리더십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관계적 리더십의 핵심은 소통이다.

대통령은 신국가주의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국가는 집단선을 행하는 이성적 합리적 존재로서 도덕적으로 우월한 조직이라는 집행부 우위의식이 국가주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이다. 대통령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신국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새해를 맞으면서 대통령의 임기는 후반기에 접어들게 된다. 절박감에 사로잡혀 지름길을 찾으려 갈등을 조성하기보다는 여야와 국회 그리고 국민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사통팔달의 관계적 리더십을 보여 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리더십#대통령#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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