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병관]북한은 전면 도발을 할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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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던 시기에 이듬해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여당이 이기면 전쟁 난다’는 좌파들의 선동이 성과를 거두어 야권이 대승했다. 당시 국민정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잘못을 응징하는 분노와 정의감보다는 당장의 안전을 중시하는 유약함이 더 우세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기노후-식량부족으로 사기저하

18대 대선을 앞두고 북풍(北風) 효과를 노리는 도발은 또다시 시도될 수 있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전면도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군의 규모는 우리의 2배 수준이지만, 장비 및 탄약 노후화, 훈련과 사기 저하로 전쟁수행능력상 큰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세계군사력보고서’는 세계 18위의 북한 군사력이 9위인 한국군과 비교할 때 20% 미만(핵무기 제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런 외적인 군사력 외에도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내부요인도 많다.

우선 ‘식량 부족과 주민 기아’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쟁을 벌이는 건 불가능하다. 전쟁을 하려면 군량미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강행하면 식량 부족이 더 심해져 아사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민중의 심각한 반전 저항까지 야기될 수도 있다.

최근 황해도에서 매년 수천 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수도미(米·평양시민용)’와 ‘군대미(인근부대용)’를 당 및 군이 공출해간 결과이다. 타 지역 주민들도 식량 확보를 위해 돈을 벌고 식량을 사기 위해 시장 바닥을 전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국가 존망을 건 전쟁은 수행할 수가 없다.

평시에 정치 지도자가 장악하던 군 통제권은 전시가 되면 군 지휘관들에게 맡겨진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신 정치지도부는 전쟁을 결심하기가 더욱 어렵다. 김정은 체제는 최근에 이영호, 김격식 등 군의 중추적 수뇌 상당수를 해임 경질 강등시켰고, 각 부대가 농촌지역에서 곡식을 갈취하던 행위를 금지했으며, 군부대들이 운영하던 수익사업들도 당으로 이관해 버렸다. 식량과 예산 부족 등으로 장군들이 불만에 차 있을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군사지휘권을 넘기기엔 부담이 너무 클 것이다.

절대 권력자들에게는 정권 유지가 최상의 목표이기 때문에 ‘승리가 불확실한 전쟁’을 개전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실패 시의 권위 실추와 권력 상실이 눈에 보이듯 뻔하기 때문이다. 또 예하 부대들의 실태와 약점을 너무 잘 알아서 자신감을 잃은 장군들에게 무모한 전쟁 수행을 강요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험도 있다.

북한이 전면도발을 할 수 없는 내외적 이유는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전면전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드는 조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北오판 빌미 주는 내부분열 없어야

우선 북한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 장병들과 주민들이 분노해 결사적 전투의지를 일으키게 할 만큼 모욕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몰락하던 백제에도 계백과 같은 명장과 5000명 결사대가 있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한의 공격이 손쉽게 성공할 만큼 우리 사회 내부가 분열되거나 내부의 북한 호응 세력이 형성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의 책동을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자신감을 갖고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에는 적절히 보복하면서, 우리 내부 조화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단편적, 국지적 도발을 자행할 수 있다. 도발 유형과 우리 측 피해 여부에 따라 응징 유형이나 보복의 강도를 결정하고 실천하는 대응 원칙과 체제를 설정해야 한다. 그것에 따라 적절하고 확고한 대응을 해나간다면, 결국 북한을 우리의 합리적 원칙에 따르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각오와 인내가 필요하다.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북한#전면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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