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상겸]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맞는 TV토론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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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전공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전공
대통령후보는 헌법을 수호하는 책무를 지는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사람이다. 헌법 질서를 준수하여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사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로 나선 이정희 후보는 4일 TV토론에서 시종일관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이 말은 ‘북쪽 정부’를 인정한다는 것으로 북한을 독립된 국가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남쪽 정부’ 표현은 헌법 부정하는 것

우리 헌법에서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하고 있다. 북한 땅 역시 우리 영토이지만 현재 북한 정권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법이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고 명문화했다. 통일 이전 서독도 동독에 대해 연방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국내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만약 이 후보처럼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한다면 통일이란 말을 써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국가의 결합이기 때문에 ‘합병’이란 표현을 써야 한다.

‘남쪽 정부’라는 표현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즉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 헌법 질서에서 북한에 대한 태도는 유엔이 회원국으로서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는 국제법 질서와는 엄밀히 구별해야 한다. 우리가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을 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헌법을 훼손하는 사람이 속한 정당에 왜 나라 세금을 지원하느냐는 말이 있다. 이는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정당 민주주의 때문이다. 우리 헌법은 8조에서 정당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면서(1항)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정당 운영에 필요한 자금까지 보조할 수 있다(3항)고 규정하고 있다. 116조에서는 선거를 치를 때 드는 경비를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이른바 ‘선거공영제’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선거 부정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 마련된 것이다.

정당이 사적 결사체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당 설립과 경비 지원 규정을 헌법에 둔 이유는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모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정당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8조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해 해산된다’는 것까지 함께 명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번 TV토론에서 이 후보는 헌법뿐 아니라 민주주의적 기본질서도 훼손했다. 정당의 대선후보라면 국민의 알권리와 선거권 행사를 위해 매우 중요한 TV토론에서 자신의 정책을 중심으로 다른 후보의 정책을 비판해야 하는데도 자기 소신만 강조하는 발언을 빈번하게 했다.

후보가 아니라 국민 위한 토론 돼야

민주주의는 토론이란 절차를 중요시한다. 토론에서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상대방을 부정하는 태도로 토론을 한다면 토론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인신공격이나 비난을 일삼는 것은 토론이 아니라 언어폭력이라고 할 수 있다. 대선후보 TV토론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지 대선후보를 위한 것이 아니다.

오늘 2차 토론회가 열린다.

국민의 알권리와 올바른 선거권 행사를 위해 각 후보가 자신의 정책을 홍보하고, 다른 후보의 정책을 명확한 근거로 엄정하게 비판하여 차별성을 부각하길 기대한다. 주최 측도 토론회의 취지에 맞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진행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전공
#헌법#민주주의#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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