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버스 ‘따블 운전’ 줄고 ‘퐁당퐁당 휴식’ 늘어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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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시즌2]졸음운전 참변후 운행 개선 움직임

“얼마나 졸렸으면….”

26일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광역버스 운전사 A 씨가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출발해 양재 나들목 근처를 지나던 중이었다. 9일 광역급행버스(M5532) 추돌사고로 50대 부부 2명이 목숨을 잃은 바로 그 지점이다.

당시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운전사의 졸음운전이었다. 이어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업체의 무리한 배차 등 버스업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버스업계에서도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버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버스업체가 이틀 근무 후 하루 쉬는 이른바 ‘따블(더블) 근무’를 주당 2, 3회에서 1회로 줄였다. 그 대신 하루 운행하고 하루 쉬는 이른바 ‘퐁당퐁당 근무’를 늘렸다. 오산교통 M5532번 운전사는 18시간 30분을 운행하고 다음 날 오전 7시 15분부터 운전대를 잡았다. 그로부터 7시간 30분 후 사고가 났다. 오산교통 운전사들은 법정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에 15∼19시간씩 운전했다. 이틀 또는 사흘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광역버스 운전사 이모 씨(50)도 이틀 연속 근무가 일주일 2회에서 1회로 줄었다. 전체 근무일은 한 달 16일에서 14일로 줄었다. 직원이 부족할 때 그는 일주일 내내 운행한 적도 있다. 올해도 수시로 사흘 연속 근무했지만 경부고속도로 사고 후 개선된 것이다. 이 씨는 “이렇게 운행하면 월급이 30만 원가량 줄겠지만 그만큼 몸을 챙길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말했다.

차량의 모든 운행 내용을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새로 작성하기로 한 버스업체도 있다. 김모 씨(54·여)가 다니는 버스업체는 다음 달부터 모든 버스의 운행 시작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배차일보를 작성하기로 했다. 운전사에게 휴식시간을 정확히 제공하고 이를 확인하려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 점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허술한 제도와 정부의 관리를 비판하는 의견도 여전히 많았다. 버스 운전사들은 현재 시행 중인 ‘8시간 의무휴식제’가 본래 취지와 달리 업주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휴식시간을 산정하는 기준이 비현실적이라 업주가 운전사들을 혹사시키면서도 ‘우리는 법대로 했다’며 법망을 피해 갈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8시간 의무휴식제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버스가 마지막 정류장에 도착한 시간부터 다음 날 아침 첫 정류장을 통과하는 시간까지를 휴식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이 시간에는 마지막 정류장에서 차고지로 가서 차량을 정비하고 퇴근한 뒤 다시 차고지로 출근해서 첫 정류장으로 운행하는 시간까지 휴식시간으로 포함된다. 이틀 연속으로 근무할 경우 버스 운전사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4, 5시간에 불과한 게 대부분 업체의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8시간 의무휴식제 시간 산정 기준의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대는 26일 오산교통 대표 최모 씨(54)를 소환해 휴식시간 미준수 등에 대해 조사했다. 최 씨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동주 djc@donga.com·신규진 기자
#광역버스#졸음운전#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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