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담배연기 사라지니 인상 찌푸릴 일 없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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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대로 금연 첫날 표정

습관처럼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던 김충성 씨(29). 김 씨는 황급히 다시 담배를 주머니에 넣었다. 1일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는 서초구 직원들이 이날부터 시행되는 ‘강남대로 금연거리’ 안내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김 씨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분들을 생각해 금연거리 시행을 따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초구가 간접흡연피해방지 조례에 따라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지하철 2호선 강남역 9번 출구 앞까지 이어진 934m 구간을 금연거리로 지정해 이날부터 본격 시행에 나섰다.

▶본보 2월 11일자 A10면 하루 11만명 걷는 강남대로 이젠 ‘금연대로’


○ 담배연기 사라진 강남대로


3·1절 휴일인 이날 오전부터 강남대로는 전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답게 시민들로 북적댔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주부 김미경 씨(38)는 “이곳을 금연거리로 지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가웠다”며 “오늘도 이 일대를 아이들과 함께 지나다녔는데 예전과 달리 앞서 걸어가는 사람의 담배연기 때문에 인상을 찌푸릴 일이 없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이 시행 첫날이었는데도 흡연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금연거리 시행을 잘 모르고 담배를 피우던 이들도 구청 직원들의 안내에 대부분 수긍하며 대로변에서 골목길 쪽으로 자리를 피하거나 담뱃불을 껐다.

강남대로를 따라 이어진 인도에는 금연거리 시행을 알리는 큼지막한 스티커가 25m 간격으로 바닥에 붙어 있었다. 서초구는 이날 보건소 직원 40명을 이곳에 투입해 금연거리 시행 홍보에 나섰다. 5명은 지하철 3호선 양재역 12번 출구부터 엘타워 앞까지 이어진 곳에서 안내했다. 구는 이날 축구경기에서 선수에게 경고를 하는 옐로카드 모양의 유인물에 금연거리 시행을 알리는 문구를 적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구는 3개월 동안 구청 직원들을 수시로 투입해 홍보한 뒤 6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과태료 5만 원을 부과할 계획이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이날 강남대로를 찾아 “만나는 시민마다 하나같이 금연거리 정책을 반겨주셔서 다행이다”라며 “흡연자를 위해 지하철 출구 앞 두 곳에 흡연구역을 따로 설치한 뒤 시민 반응을 살펴보고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채널A 영상]흡연자 신고단말기 등장

○ 길 건너편은 다음 달부터


이날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김승문 씨(27)는 “길 건너편에는 구청 직원이 많이 나와 홍보를 하는데 이쪽에는 없어 다소 의아했다”고 말했다. 신논현역 5번 출구에서 강남역 11번 출구까지 이어진 길은 강남구 관할이어서 다음 달부터 금연거리가 시행된다. 과태료 부과는 7월 1일부터다.

과태료 금액도 서초구와 강남구가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협의해 통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는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을 근거로 5만 원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강남구는 시가 중앙버스차로 정류장 등의 금연구역 과태료로 책정한 10만 원을 매길 계획이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금연거리 시행의 목적이 과태료 부과가 아니라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가 중재하면 과태료 금액은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광역버스 정류장이 서초구 쪽에 몰려 있다보니 강남구 쪽 강남대로는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은 편이어서 시행 일자가 서초구보다 다소 늦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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