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키센터서 기념사진… 알펜시아서 눈썰매… 하루에 OK!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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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평창올림픽 D-48
駐韓 핀란드 사업가 후말라 씨 가족의 ‘당일치기 올림픽 여행’

경기 안양에서 세컨드오피니언이라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핀란드인 한네스 후말라 씨(40). 그는 2018년 2월 18일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개막일은 2월 9일이다. 하지만 아이스하키의 나라 핀란드에서 온 후말라 씨의 머릿속엔 온통 아이스하키 생각뿐이다. 이날은 핀란드가 ‘숙적’이자 ‘라이벌’ 스웨덴을 상대로 평창 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예선을 치르는 날이다. 2017년 현재 스웨덴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 랭킹 3위, 핀란드는 한 계단 낮은 4위다. 후말라 씨는 이날만큼은 모든 걸 제쳐두고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강릉을 찾을 작정이다. 핀란드가 준결승,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이 경기들 역시 ‘직관’할 생각이다.

부푼 마음을 안고 후말라 씨는 사전 답사차 이달 초 강릉행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핀란드 무역대표부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 아내 이연미 씨, 두 자녀(헤이니 10세, 에리크 2세)와 함께였다. 2005년 이 씨와 결혼한 뒤 한국에서 살고 있는 그는 의사소통에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 ‘치맥’에 엄지 척!

안양시 동안구의 집에서 나선 시간은 오전 9시 반. 고속철도(KTX) 강릉역 인근의 한 막국수 전문 식당에 낮 12시 반도 되지 않아 도착했다. 어린 두 자녀를 위해 휴게소를 두 번 들르고도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 후말라 씨는 “차가 막히지 않아 씽씽 달렸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강릉 오는 길이 편해졌다. 서울∼양양고속도로가 생겨 교통량이 분산된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후말라 씨 가족은 불고기 정식과 막국수 등을 주문했다. 후말라 씨는 매운 막국수는 잘 먹지 못했지만 고기에는 빠르게 젓가락을 움직였다. 후말라 씨 같은 외국인들에게 한식 위주의 메뉴 구성이 불편하진 않을까. 그는 일반적인 우려와는 반대의 답을 내놨다.

“서양 사람들의 주식은 고기다. 그런데 한국에는 갈비도 있고, 불고기도 있고, 삼겹살도 있다. 가끔씩 먹는 비빔밥 같은 야채 위주 식사는 별식이다. 주변의 외국인 친구들도 한국 음식에 거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올림픽 기간 중 잠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은 더더욱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가 꼽은 최고의 메뉴는 다름 아닌 ‘치맥(치킨+맥주)’이다. 그는 “유럽 사람들도 맥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안주라는 개념은 따로 없다. 맥주와 닭튀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치맥’은 신기하면서도 환상적인 메뉴다. 채식주의자를 빼곤 치맥을 안 좋아하는 외국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KTX 강릉역이 편해요

식사 후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강릉하키센터로 차를 몰았다. KTX 강릉역에서 강릉하키센터까지 내비게이션에 나타난 거리는 단 1.6km. 차를 운전해서 가니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에는 지금처럼 자가용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2부제가 시행되는 데다 경기장 주변에는 일반 차량의 통행 및 주정차가 금지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차량통행증을 발급받은 올림픽 관련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일반인들은 시내 곳곳에 설치된 환승센터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 등을 통해 경기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KTX 강릉역은 강릉하키센터와 강릉아이스아레나,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등이 모여 있는 강릉올림픽파크와 가까운 곳에 있다. 셔틀버스뿐 아니라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한 거리다. 샛길로 성인 남자 걸음이면 10여 분에 닿을 수 있다. 후말라 씨는 “외국인 친구들이 교통수단에 대해 물어올 때면 KTX가 편리하다고 말해 준다. 서울에서 오가는 친구가 있다면 KTX를 타기 쉬운 서울역 인근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강릉하키센터를 둘러본 후말라 씨는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1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규모와 시설에서 국제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그는 “핀란드의 아이스하키장 중에는 사우나에 몸을 담근 채 경기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강릉하키센터는 사우나가 없는 것 말고는 좋은 경기장인 것 같다. 얼음판을 둘러싸고 있는 보드 시설이 핀란드제인 것도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그는 “평창 올림픽 때는 혼자 올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올지 정하지 못했다. 혼자 오게 된다면 KTX를, 가족과 함께 온다면 자가용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하루에 산과 바다를 모두

강릉의 대표적 관광지인 경포해변 역시 강릉올림픽파크에서 무척 가깝다. 차로 10분가량 이동하자 경포해수욕장의 탁 트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다를 본 아이들은 신이 났다. 오륜마크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모래사장을 마구 뛰어다녔다. 후말라 씨와 아내 이 씨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숍에서 향 좋은 커피를 마셨다.

강릉은 400개의 커피숍이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커피 도시다. 강릉에서 처음 문을 연 테라로사 본점은 커피 애호가라면 한 번쯤 찾았을 명소다. 후말라 씨는 “핀란드 역시 커피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를 좋아한다. 강릉이 커피 도시라는 건 처음 들었다. 다음 방문 때는 좋은 커피 전문점을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강릉 투어를 마무리한 후말라 씨 가족은 올림픽 설상 경기가 열리는 평창 알펜시아로 차를 몰았다. 전날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눈썰매장을 찾은 후말라 씨와 헤이니 부녀는 신나게 썰매를 탔다. 뒤늦게 낮잠에서 깬 에리크는 신이 나 눈 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후말라 씨는 미리 준비한 눈썰매에 두 자녀를 태우고 다녔다.

평창의 겨울 해는 일찍 떨어졌고 후말라 씨 가족은 오후 5시 반경 집으로 향했다. 휴게소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운전을 해 집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후 8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후말라 씨는 “올림픽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한국에 처음 와 아내를 만났다. 내 인생 최고의 일이었다. 내년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뭔가 멋진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강릉·평창=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올림픽#여행#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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