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상황 그대로 화면에… “1cm 오차까지 잡아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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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내비게이션 성능의 진화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길 안내 정보들이 지도 그림이 아닌 실사 영상 위에 표시돼 있다(위). 
1981년 일본 혼다자동차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시초이다(가운데). 내비게이션 지도정보를 
수집하는 현대엠앤소프트의 조사 차량. 차량에 고성능 레이저 스캐너 장치와 GPS, 카메라 4대, 주행거리측정장치 등 첨단 장비들이
 탑재돼 있다(아래). 각 회사 제공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팅크웨어의 내비게이션. 길 안내 정보들이 지도 그림이 아닌 실사 영상 위에 표시돼 있다(위). 1981년 일본 혼다자동차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시초이다(가운데). 내비게이션 지도정보를 수집하는 현대엠앤소프트의 조사 차량. 차량에 고성능 레이저 스캐너 장치와 GPS, 카메라 4대, 주행거리측정장치 등 첨단 장비들이 탑재돼 있다(아래). 각 회사 제공
#. 서울 한복판 복잡한 초행길. 운전대를 잡고 잠깐 허둥지둥하면 차로를 잘못 타기 십상이다. “잠시 후 ○○교차로 지난 뒤 첫 번째 골목길로 우회전입니다.” 길을 잘 아는 친구가 옆에서 알려주는 듯 내비게이션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 장소로 걸어가는데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려 다가갔더니 ‘도를 아십니까’라며 말 거는 ‘도인’ 취급을 당한다. 손에 쥔 스마트폰 ‘길찾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니 ‘2분 거리(141m)’에 있다고 바로 알려준다.

 2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려면 종이지도와 표지판, 나침반에 의존했다. 1920년 영국에서는 작은 지도 다발을 손목시계처럼 만들어서 갖고 다니며 위치를 확인하기도 했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1981년 일본 혼다자동차에서 개발한 ‘일렉트로 자이로케이터’가 시초다. 지도 필름이 있는 기계에 운전자가 현재 위치를 찍으면 나침반을 이용해 목적지의 방향을 불빛으로 비추는 형태. 오차 범위가 커 대중화에 실패했다.  

GPS 민간 개방되며 자동차 길 ‘활짝’


 지금과 같은 내비게이션이 등장한 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민간에 개방되면서부터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군사용으로만 쓰이던 GPS 정보를 민간에 허용하면서 2000년부터 전파 방해 없이 GPS 정보들이 활발하게 활용됐다. 내비게이션의 GPS 안테나는 고도 2만여 km 상공에 있는 인공위성의 신호를 받아 차량의 위치를 표시하고 목적지까지 거리를 계산한다.

 GPS 정보를 등에 업자 내비게이션 기술은 가파르게 발전했다. 제공하는 정보량도 많아지면서 2004년 128MB였던 SD메모리 카드는 4년 만에 16GB까지 용량이 늘었다. “200m 앞에서 우회전입니다” 정도였던 음성 서비스도 운전자의 입장에서 섬세하게 바뀌어갔다.  

 초기 내비게이션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와 소프트웨어, GPS 수신기, 거치대, 시거잭을 각각 구입해야 해 비용이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하지만 2004년 휴대용 내비게이션 전용 단말기가 출시돼 가격이 30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빠르게 대중화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GPS가 탑재된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길안내 애플리케이션이 빠르게 확산됐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차량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액정표시장치(LCD) 형태의 센터페시아에 길안내 기능을 넣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자동차는 센서로 차량 속도와 바퀴 움직임, 각도까지 계산해 내비게이션의 오차를 줄이려 애쓰고 있다.

‘3D’에 ‘증강현실’까지 만났다

 3차원(3D) 기술과 만나면서 내비게이션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지니(GINI)’를 만드는 현대엠엔소프트는 ‘3D 버추얼(virtual·가상) 맵’을 출시했다. 이 내비게이션은 지형의 높낮이까지 표현하며 실제 도로 상황을 생생하게 나타내준다. 하늘을 나는 새가 내려다보는 듯한 ‘스카이 버드 뷰’도 탁 트인 지도 화면으로 한 단계 나아간 기술을 선보인다. 

 팅크웨어의 ‘아이나비’가 제공하는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그대로 촬영해 내비게이션 화면에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길 위에 경로 선과 도로정보를 표시해 운전자가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지도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첨단 장비들이 동원된다. 3D 지도를 만들기 위해 4대의 카메라를 매단 차량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초당 100만 번 레이저를 쏘고, 바퀴 회전수까지 측정해 현실과 거의 동일한 형상을 화면으로 옮겨놓는다. 

오차 1cm까지…무인차 기술의 ‘핵심’ 


 현재 국내 업체들이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지도 오차범위는 7∼15m 수준.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는 “쭉 뻗은 도로가 많은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복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고객들이 더 정확한 정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거치형 내비게이션의 시대가 지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내비게이션 시장은 한때 휘청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인차 시대를 앞두고 지도 소프트웨어 기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차량의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정확한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차가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고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업계 관계자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지도의 오차범위가 10cm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오차범위를 1∼2cm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네비게이션#gps#증강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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