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다함께]“서툰 한국말로 가르치는 게 힘들어요”

  • 입력 2009년 9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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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한국말로 아이를 가르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은 의사소통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솔직히 아직도 ‘한국 엄마’처럼 자녀에게 열성적인 교육방식을 따라가기는 버거워요.”

초등학교 4학년인 이란성 쌍둥이를 둔 결혼이주여성 후지모도 지도세 씨(45·충북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그는 한국생활이 20년이나 된 ‘다문화가정 베테랑’이지만 언어와 자녀교육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이자 영원한 숙제다. 후지모도 씨는 “그래도 나는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갓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들에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연구보고서 ‘다문화시대를 대비한 복지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민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녀 양육 지원은 ‘자녀와의 의사소통 및 학습지도에 도움이 되는 한글교육’이 5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배우자 대상의 교육’ 18.8%, ‘자녀 양육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같은 또래 아이들의 부모 모임’ 11.5%, ‘본국말로 된 보육 또는 양육 관련 자료’ 11.4% 순이었다.

특히 언어교육은 자녀교육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미취학 아동 증가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이 공개한 2007년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다문화가정 자녀 2만4000여 명의 미취학률은 24.5%(6089명)에 달했다. 초등학교 15.4%, 중학교 39.7%, 고등학교 69.6% 등 미취학률은 상급학교로 갈수록 증가했다. 이는 국내 일반 가정의 자녀보다 각각 22배, 9.9배, 8배가량 높은 것이다.

전만길 전국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장(51)은 “일반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지만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은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사들의 인식 전환과 사이버 다문화학교, 다문화 장학재단 설립, 이중언어 교육 등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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