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與 “헌재 분수망각 오만방자”

  • 입력 2004년 10월 2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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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의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당직자들이 21일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TV로 지켜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기자
열린우리당의 이부영 의장(왼쪽에서 두번째) 등 당직자들이 21일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TV로 지켜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경제기자
여권은 21일 공황 상태에 빠졌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저녁 의총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청와대나 당, 정부 어디서도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반응은 없었다.

▽충격의 청와대=청와대는 20일까지만 해도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기대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별일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21일 위헌 결정의 충격은 컸다.

헌재 결정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어떻게 조선시대의 경국대전까지 근거로 삼아 관습헌법 논리를 만들어낸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흥분했다.

청와대는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나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10분 국제전기기술위원회 회장단과의 접견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하면서 웃음을 띠는 등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불만의 열린우리당=열린우리당도 헌재 결정 직후 침묵에 잠겼다. 이부영(李富榮) 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은 국회 당의장실에서 함께 TV로 헌재 결정을 지켜봤다. 위헌 결정이 내려진 이후 당의장실 문은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설마’ 하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맨 먼저 의장실을 나선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변인이 발표할 것”이라고 되뇌며 굳게 입을 닫았다. 임종석(任鍾晳) 대변인은 “예상하지 못했던, 너무나 뜻밖의 결과여서 커다란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당혹해했다.

충격파가 다소 가라앉은 이날 저녁 긴급 소집된 의총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이 의장은 “과반수 여당으로서 더 이상 입법부의 권위가 외부 결정에 의해 실추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 원내대표는 “나 자신이 법률을 공부했고 입법 활동에 참여해 왔지만, 헌재가 내놓은 이론은 배우지도 알지도 못했다. 앞으로 국회가 법을 만들 때 관습헌법에 위반되는지 아닌지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고 비꼬았다.

이종걸(李鍾杰) 원내 수석부대표는 “국민적 대표성이 없는 헌재가 정치적 판단을 계속하고 확대해 간다면 문제”라며 헌재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송영길(宋永吉) 의원은 “헌재 재판관 임용과정에 문제가 있다. 인사청문회법을 고쳐야겠다”며 법 개정을 통해 헌재를 견제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의총 직전 유시민(柳時敏)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경국대전 밑에서 살아 고생이 많습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에 앞서 “낡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상식 이하의 결정이다. 분수를 망각한 헌재가 오만방자한 결정을 내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위헌 결정 가능성을 감지한 것은 21일 오전. 김영춘(金榮春) 원내 수석부대표는 “설마 위헌이야 되겠느냐는 기대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긴 했지만, ‘8 대 1로 위헌 결정이 날 것 같다’는 정보가 지도부에 올라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곧바로 의원들에게 ‘입 조심’ 지시가 내려졌고, 낮 12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비공개 상임중앙위원회의가 소집됐다. 여기서는 위헌 결정이 날 경우 국민투표와 헌법 개정 추진, 수도 이전 지속 추진 여부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에 미칠 영향 등이 검토됐으나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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