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하철 방화]참사현장 눈물의 추모글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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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전날에 같이 목욕 갔다 왔잖아요. 목욕하고 임종 맞으면 좋은 곳에 간대요. 부디 생로병사의 고통 없는, 다시는 아픈 허리 때문에 고생하지 않는 곳으로 가시기 바랍니다. 그토록 좋은 엄마를 저에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해준 건 라면 한 그릇과 ‘갔다 와…’라는 한 마디뿐이었는데…. 졸업 선물도 주지 못했는데 국화꽃을 얹어야 하다니, 정말 미안해. 그대는 나의 형제이자 친구이자 연인이었습니다! 누나를 떠나보내는 동생이….”

23일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현장인 중앙로역 구내에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화마(火魔)에 죽어간 희생자들을 기리며 쓴 글로 가득 차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어머니(박정순·32)를 잃고 고아가 된 삼남매 중 맏딸인 엄수미양(7)은 엄마에게 쓴 편지에서 “엄마가 보고 싶고, 아주 섭섭하고, 엄마를 만나면 말도 잘 듣고 심부름도 잘하고 그러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수미양은 “우리 엄마 보고 싶어요. 우리 엄마 하늘로 보낸 사람 없었으면 좋겠어요”라며 눈물의 편지를 띄웠다.

딸 윤지은씨(25·대구대 교육대학원)를 잃은 부모는 “아빠 엄마 살 날이 백년이면 뭣하나. 너 간 곳, 내가 (대신) 가고, 내 딸 다시 온다면 무엇을 망설일까, 무엇이 아까울까…”라며 북받치는 설움을 표현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희생자 김향진씨(23·계명대 공예디자인과 4년)의 후배는 “향진이 언니! 하늘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 축하드려요. 사람들은 마치 언니의 생일을 알기라도 하듯이 촛불에 불을 밝히네요”라고 썼다.

대학생인 아들과 대학에 입학하는 딸이 한꺼번에 변을 당한 도순재씨(49)는 “사랑하는 아들딸아, 천국에서 편히 쉬렴. 아비는 아무 할 말이 없구나”라고 애절한 부정(父情)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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