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10분만 자고가면 ‘안전운행’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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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시인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나른한 봄 기운이 길거리와 사무실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봄과 함께 찾아온 춘곤증(春困症)은 고양이의 입술만이 아니라 운전자들의 눈에도 찾아온다.

눈 감은 운전자들의 눈 먼 자동차들이 가져올 재앙은 봄 기운 탓으로만 돌리기엔 너무나 엄청나다.

▽사고 차량 5대 중 1대 졸음 운전〓23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01년 국내 고속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3638건을 조사한 결과 사고원인 1위는 졸음 운전(21.4%)이었다.

실제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졸음 운전을 했던 사람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교통 및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루 6∼7시간 잔 사람은 8시간 잔 사람보다 두 배가량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다. 5시간 이하로 잔 사람은 4배나 더 위험하다.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예상대로 새벽 시간이 가장 많다. 하지만 점심 식사 이후 오후 2시 안팎의 시간이 두 번째로 위험하다는 것이 교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면서 2초 동안만 졸아도 농구장 끝에서 끝까지의 거리를 휩쓸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졸음 운전을 하는 운전자 중 상당수가 체력이 약한 노인들이 아니라 건강한 20, 30대 운전자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나이 든 운전자들은 주로 짧은 거리를 운전하는 경우가 많고, 보통 차 안에서 혼자 운전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젊은 운전자들은 일일 운동량이 많고, 피로를 풀기 위한 신진대사의 속도도 빠르다. 그만큼 졸음이 자주, 그리고 심하게 온다. 그리고 피로를 풀기 위해 차를 멈추는 경우도 거의 없다.

▽졸음 운전, 이렇게 쫓으세요〓물론 졸음 운전의 가장 좋은 방지법은 자는 것이다. 도착시간과 목적지를 정해놓은 운전자들에게 ‘잠시 차를 세우고 자라’는 충고가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하지만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해 필요한 취침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졸음 운전을 막기 위해 입안에 뭔가를 계속 넣는다. 껌과 캔디가 대부분이지만 이 밖에 물티슈, 화장용 물분사기, 방향제, 천연향 공기청정제 등도 효과적이다.

운전석에 앉아 한 손씩 교대로 자동차 천장까지 손을 뻗는 스트레칭, 양어깨를 올렸다 내렸다하는 동작을 반복하기, 그리고 운전대를 꽉 쥐었다가 놓는 것도 졸음 방지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운전자의 졸음 운전을 방지하는 각종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운전대에 부착된 센서로 운전자의 신체상태를 파악해 졸음 운전을 하면 자동적으로 큰 소리의 음악이 나온다. 또 운전석 계기반에 카메라를 달아 운전자 눈꺼풀의 깜박거림이 느려지면 라디오가 켜지거나 차창이 열린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들이 수백억원을 들여 졸음 방지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은 그만큼 졸음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라며 “졸음 운전 사고가 다른 이유로 인한 사고에 비해 그 피해 정도가 큰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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