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사고車 68% “피로-스트레스때 운전”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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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교통사고 위험성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교통안전공단이 2001년 말 기준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행거리 1억㎞당 사망자 수는 3.0명. 이는 영국(0.7명) 미국(1명) 일본(1.1명) 등 교통선진국과 비교할 때 부끄러운 수준이라 할 만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사업용 차량이 사고건수나 사상자 발생 수가 많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비사업용 차량이 주행거리 1억㎞당 80.6건의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2.4명의 사망자와 121명의 부상자를 발생시켰다.

반면 사업용 차량은 109.8건의 사고에 각각 2.9명과 172.9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를 발생시켜 30%(사고건수 기준) 이상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사업용 시내버스는 사고 건수가 340.9건으로 비사업용 차량보다 4배 이상 사고를 많이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정도면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한국의 교통문화 선진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 결론을 내려도 무방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교통안전공단이 197개 교통안전진단 대상업체 운전자 119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사업용 차량의 교통사고는 운전자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68%가 사고 당시 피로가 심한 상황에서 운전한 것으로 드러난 것.

특히 화물차 운전자의 경우 야간운전 때의 피로에 따른 졸음운전이 대형 사고를 불러오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파악됐다.

피로감을 느끼는 주원인은 연장근무가 가장 많았고, 교통체증 등으로 적정한 휴식을 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스트레스도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사 대상 사업용 운전자의 72%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에서 운전을 한다고 나타났을 정도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55%가 가정생활에서, 41%는 불규칙한 식사에서 비롯됐다고 응답했다. 또 불편한 운전자세도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사업용 차량 운전자 스스로 안전운행을 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업주도 운전자가 피로를 덜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업무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교통사고 발생을 줄이는 핵심 관건임을 알 수 있다.

사업 업종별 운전자의 특성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어 사업주들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화물업체 운전자는 피로나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상태에서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의 성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 외 연장근무 시간은 시외버스가 가장 긴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업체 운전자는 조급성이 강하여 차로를 갑자기 바꾸면서 사고를 일으키는 예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전체 조사대상자 가운데 사고를 자주 내거나 대형 사고를 일으킨 운전자 3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2.3%가 운전의 기초라 할 수 있는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낸 것으로 응답했다.

따라서 운전자 스스로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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