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갈등 빚는 '불법체류 방지 종합대책'

  • 입력 2002년 3월 27일 18시 31분


법무부가 최근 내놓은 불법체류방지 종합 대책을 놓고 중국 동포와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대책은 5월25일까지 두 달간 자진 신고하는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해서는 범칙금과 입국 규제를 면제하고 내년 3월 31일까지 출국을 유예해준다는 게 골자.

이에 대해 중국 동포들은 “1년 안에 출국하라는 것은 폭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동포 1000여명은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6동 서울조선족교회(담임목사 서경석·徐京錫)에 모여 대책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대책은 월드컵을 맞아 불법체류 외국인이 현재 26만명에서 35만명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마련한 것으로 중국 동포들만을 위해 철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계속 갈등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대책의 내용 가운데 중국 동포들이 가장 반발하는 대목은 출국 유예기간. 한국에 오기 위해 1000여만원을 브로커에게 주고 온 사람들이 이 돈을 갚고 얼마간의 돈을 벌어가기 위해선 최소 2년이 걸리는데 1년 만에 떠나라는 것은 가혹하다는 게 중국 동포들의 주장이다.

2개월째 불법체류 중인 중국 동포 임무상(林武相·53)씨는 “그동안 제대로 취업 한 번 못해 봤다”며 “이대로 돌아가라는 것은 같은 동포에게 너무 하는 일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월말 현재 불법체류 중국 동포는 약 7만6000여명. 이 중 체류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은 약 2만여명이다.

중국 동포들은 또 자진 신고할 때 취업장 고용주의 ‘귀국보장각서’를 요구하는 것은 신고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렵게 얻은 직장을 잃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출국할 때까지 책임을 지라는 각서를 쓸 고용주가 많지 않을 것이며 이를 부담스러워해 중국 동포를 해고하는 업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측 주장〓서울조선족교회 서 목사는 “갓 입국한 동포들의 경우 최소한 5년 정도 체류할 수 있게 허가해 빚도 갚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목사는 또 고용주가 귀국보장각서를 쓰는 것을 없애 불법체류자들이 편안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중국 동포들에게 자유 왕래를 허용해 이들이 입국할 때 더 이상 빚을 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대책은 국내에 불법체류 중인 중국 동포들이 마련한 사회적 기반을 잃지 않도록 배려한 최선의 대책이라는 입장이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취업 활동을 계속하면서 출국을 준비하고 밀린 임금 등 각종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했다는 것.

법무부 관계자는 체류기간 5년 허용 주장에 대해 “합법적으로 입국한 산업연수생도 3년 이상 체류할 수 없다”며 “중국 동포에게만 특혜를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귀국보장각서에 대해서도 “고용주가 작성을 꺼리면 불법체류자 혼자 신고할 수 있도록 산하 기관에 통보했다”며 “고용주에게 모든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1년 유예를 준 것은 정부가 불법체류 중국 동포들을 양성화해 관리한다는 측면이 있다”며 “중국 동포들에게 국내 체류를 개방하는 문제는 외교적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국내에 들어온 중국 동포의 인권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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