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수돗물 바이러스' 서울은 안전한가

  • 입력 2001년 5월 3일 18시 46분


경기 여주시 여주읍내 수돗물에서 인체에 유해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환경부 발표가 전해진 뒤인 3일 오전. 이 지역 상수도 사업소에는 “바이러스가 나왔다는데 사실이냐”는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여주읍에서 음식점을 하는 최모씨(43)는 “손님들이 먹는 물은 정수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상관이 없겠지만 요리는 수돗물로 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며 걱정했다.

화도정수장의 수돗물을 먹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주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화도읍 창현리 D아파트 주부 김모씨(35)는 “가정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지만 정수장이나 원수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니 무조건 물을 끓여 마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수돗물 바이러스 발견 발표 뒤 정수기 회사에는 구입 및 임대 문의가 쇄도해 ‘수돗물 불신’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수돗물은 이상 없다”〓이번 환경부 조사에서 서울의 수돗물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뜻하지 않은 ‘바이러스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서울시는 즉각 “서울 수돗물 품질은 이상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취수장은 물론 정수장에서도 침전―여과―정수 과정별로 수질을 24시간 엄격하게 자동감시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98년 12월부터 18개월간 연세대 강원대 연구팀에 의뢰해 시내 9개 정수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원수에서는 24건중 8건이 검출됐으나 정수 및 수도꼭지물 80건 중에서는 한차례도 나오지 않았다는 것. 지난해 7∼12월 실시된 서울시 자체 검사결과에서도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김정우(金正祐) 수질과장은 “서울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앞선 기술로 정수장을 관리해 온 것은 물론, 철저하게 바이러스 검사를 해왔기 때문에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현재 바이러스를 포함해 105개 항목(국내 법정기준 47개)을 검사중이며 내년부터는 세계보건기구(WHO) 권장기준치인 121개 항목을 모두 검사해 ‘의혹’을 불식시킨다는 계획이다.

▽과연 그럴까?〓우선 조사기법에 따라 바이러스 검출종류에 차이가 있다. 이번 환경부의 검사방법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84년 도입한 ‘세포배양법’.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에 불을 당긴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상종(金相鍾)교수는 “세포배양법으로는 140여종이나 되는 장(腸)바이러스 가운데 3, 4종 밖에 검출하지 못한다”면서 ‘세포배양―유전자검색 조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 미생물학회도 지난해 8월 EPA에 낸 건의문에서 “검사능력의 한계가 있는 세포배양법보다는 유전자검색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검출되는 바이러스 가운데는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이 있는데도 김교수가 제시한 조사방법은 모든 바이러스를 문제로 삼고 있어 비현실적”이라며 “세포배양법이 현재 모든 바이러스 검사법 가운데 가장 신뢰도가 높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시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6월 수돗물 바이러스 공동검사에는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조사방법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후관도 수질을 나쁘게 하는 요인이다. 현재 서울시내 각 가정으로 연결된 상수도관 1만7477㎞중 16년 이상된 노후관이 4621㎞로 26.5%를 차지하고 있다. 또 수도관 파손과 시공 불량에 의한 누수량도 만만찮은 상태에서 이물질 유입이 없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아파트의 경우 각 가정에 보낼 수돗물을 저장하는 물탱크의 청결 관리여부도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수돗물을 반드시 3분이상 끓여 먹는 방법을 권한다.

▽약수물은 괜찮나〓수돗물의 경우 정기적인 바이러스 조사가 이뤄지지만 일반인들이 마시는 약수물은 사각지대다. 서울시는 96년부터 분기별로 시내 약수터 400여곳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해오고 있지만 바이러스 검사는 단 한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서울시측은 “지하수와 약수물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예산이 빠듯하고 검사기관이 한정돼 있어 손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약수터당 검사비만 100만원이 넘어 서울시의 모든 약수터를 한 번씩만 검사하더라도 4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연욱기자·여주·남양주〓남경현·이동영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