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문화 바꾸자③]외국은?/준법데모…폭력이 없다

  • 입력 1998년 5월 6일 20시 08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어디서나 시위는 일상화 되어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나 특정 이익집단이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매일같이 시위를 벌인다. 백악관 앞의 시위, 도쿄거리의 크고 작은 시위행진이 TV에 자주 보인다.

그러나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합법적인 절차를 밟은 평화시위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하되 폭력으로 번지면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시위진압 경찰을 마주해 폭력으로 대항하는 행위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의사당과 백악관이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은 시위와 집회의 메카. 일년 열두달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3백6건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곳 시위는 사전허가제에 따라 한달 전에 시위의 목적과 시위군중의 규모 그리고 시위대의 이동경로에 대해 상세히 신고한다. 경찰은 신고서를 토대로 철저히 검토해서 허가하기 때문에 집회와 시위로 시민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집회장소도 대부분 교통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의사당앞 광장이다.

가두행진을 하더라도 경찰의 철저한 통제와 안내를 받기 때문에 시민 교통은 일시적이고 부분적으로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신고된 범위를 넘어서거나 투석과 같은 폭력성을 띠게 될 경우 경찰은 진압봉에서 총기로 바꿔 사용, 무자비한 공권력의 위력을 보여준다.

워싱턴 경찰국 토니 오릴리 공보담당관은 어떤 조건에서 어떤 진압방법을 쓰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것은 공개할 수 없는 내부 비밀”이라고 말했다. 진압수단이 공개될 경우 혹시 상대방에게 경찰을 역공할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랑스〓시위참가자 중 한 사람이라도 무기 또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을 지니고 있으면 경찰은 시위대가 무장한 것으로 간주해 해산할 수 있다. 방송이나 북소리 경고음 등으로 두 번 해산권고한 뒤 바로 진압을 시작한다. 무기를 지닌 사람은 물론 첫 번째 해산권고 후 시위대에서 이탈하지 않는 참가자까지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만일 시위대가 공권력에 대해 폭력을 행사하면 경고 없이도 강제해산시킬 수 있다. 대중연설이나 유인물을 통해 폭력에 호소하는 시위를 선동한 사람은 최고 징역 1년까지 실형을 살아야 한다.

모든 시위는 최소한 3일전까지 구청이나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시위를 조직한 사람들의 이름 및 주소, 서명과 함께 시위목적 날짜 시간 참가단체 행진거리 등을 미리 밝혀야 한다.

▼일본〓일본의 관청이 몰려 있는 가스미가세키(霞が關) 주변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집회와 시위가 열린다. 대부분은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거나 정부정책을 비판하는 노동단체의 모임이다.

이런 집회와 시위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각종 깃발과 플래카드 구호가 난무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집회는 물론 가두행진과정에서도 폭력 등 과격행위로 이어지는 일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사회적 골칫거리인 하나인 극우집단 역시 가끔 개별적으로 테러행위를 저질러 물의를 빚지만 집단적으로 폭력행위를 저지르는 일은 상상도 못한다.

일본에서는 법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의 집단행동은 철저하게 보호하되 이를 어기는 경우 바로 형법이 적용된다. 노동쟁의의 경우도 불법적인 점거 등은 형법상 위력업무방해죄나 주거침입죄 등이 적용된다.

〈특별취재반〓홍은택(워싱턴)·김상영(파리)·권순활(도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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