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리는 오바마의 미국]<5·끝>국경 사라지는 한미 무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5·끝> 국경 사라지는 한미 무역관계와 전략적 한미동맹“韓-美 실용주의 어깨동무… 교역-외교-안보 업그레이드 기대”

“새정부 정책방향 큰변화 없어 FTA-대북문제 등 갈등 적을것”

한반도 전문가들 낙관적 전망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후원으로 한국을 다녀온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 지역방송 WSFA의 켄 셀바기 부사장은 한국의 가을하늘과 경북 경주시가 여전히 눈앞에 삼삼하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이기도 한 셀바기 부사장은 “폐허를 딛고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수천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의 향기에 취했다”고 말했다.

동행했던 반제타 맥퍼슨 전 앨라배마 주 판사도 “현대차가 어떤 문화와 환경 속에서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며 “미군이 한국 방위의 일익을 담당한다는 점도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제 앨라배마 주민들에게 한국은 먼 나라가 아니다.

2005년 5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현지 직원 3200여 명과 동반 진출 업체 직원 7000여 명 등 모두 1만2000여 개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생산직 사원인 팻 민스 씨는 “식당에 갈 때도 회사 근무복을 입고 다닌다”며 “현대에 근무하는 게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말이면 조지아 주에 기아자동차 공장이 완공된다. 공장을 감싸고 있는 왕복 4차로는 아예 ‘기아 파크웨이’로 이름이 바뀌었다. 2900명을 모집하는 채용공고에는 무려 4만3000명이 지원했고 동네 피자헛은 한국식당으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 이후 한국 내에선 한미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 성향’인 오바마 정부의 과감한 대북 정책과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로 한미 간 공조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통상에선 보호무역 성향을 보이는 민주당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가능성이 더 줄어들고, 마찰음이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 출범을 열흘 앞둔 현재 미국 전문가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한미관계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물론 통상관계는 FTA의 자동차 조항 재협상 요구를 비롯해 갈등을 불러올 재료가 많은 게 사실이지만 양국 경제는 이미 분리할 수 없을 만큼 긴밀히 결합돼 있으며 오바마 정부의 경제팀 진용을 보더라도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대체적인 분석이 나왔다.

외교·안보 분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오바마 당선인의 외교안보정책을 조언해 온 한 한반도 전문가는 “한미동맹을 자유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를 기반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1세기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총론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한반도 정책의 현격한 변화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대선 때 오바마 캠프의 한반도 정책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았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도 “오바마 당선인은 북핵 문제를 한국과 함께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곽을 드러낸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정책라인도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고 한국 정부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맺어 온 인사들이다.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커트 캠벨 신미국안보센터(CNAS) 소장은 2006년 12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한국 미국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일치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싶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핵실험은 불쾌한 일이지만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며, 일정한 비즈니스는 평상시처럼 계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가 하는 점”이라며 노무현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 기용이 유력시되는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6자회담을 통한 북핵의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폐기, 그리고 북한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대북정책의 기본 정책목표에 동의한다고 설명해 왔다.

오바마-이명박 대통령 간 ‘궁합’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김대중-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만남은 재앙에 가까웠다”며 “지도자 간의 ‘화학적 결합’이 중요한데 이명박-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오바마, 北에 핵폐기-수교 패키지 정책 펼것”▼

스티븐스 주한美대사 인터뷰

“새정부 무역정책-6자회담 등 큰틀 유지

한국, 아프간 추가파병땐 한미관계 도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그가 성취한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한국인들이 보여준 관심은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는 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캐슬린 스티븐스(사진)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해 12월 3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이 한미 관계에도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당선인이 북한과 관련해 말한 ‘단호하고 직접적인 외교(tough and direct diplomacy)’에 대해 “북핵 폐기뿐만 아니라 북-미 및 북-일 관계 정상화 등을 목표로 하는 ‘포괄적 패키지’ 형식의 대북정책으로,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과 맥이 닿아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은 많이 포기할수록 얻을 게 많다’는 원칙을 기조로 북한 핵과 미사일, 경제 지원, 대북 안전보장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논의가 될 것이라는 워싱턴 소식통들의 전망 속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스티븐스 대사는 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한국의 기여 확대 방안과 관련해 한미 간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차기 미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요청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6자회담이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도 있다.

“6자회담은 어려운 협상으로 채워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차기 행정부 또한 6자회담이 최선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한국말도 있지 않나. 6자회담 틀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다. 6자회담을 통해 협의체제가 구축됐고 미중 간 이해와 협력도 더 깊어졌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핵을 포기한 이유는 그의 신변과 권력이 보장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또한 같은 계산을 할 수 있나.

“북한은 핵을 포기함으로써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다. 북한이 꿈꿔야 할 ‘미래’는 2005년 9월 공동성명에 있다.”

―한국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이 한미 동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한국은 해외에서 활발한 봉사활동을 통해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해 왔다. 같은 차원에서 추가 파병 또한 한미 관계를 더욱 ‘폭넓고 역동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모두가 함께 기여할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모두’란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포함한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을 말할 시점이 아니지만 한국도 그 같은 ‘토론’에 참여할 의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경제침체로 자유무역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바뀔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오바마 경제팀 면면을 보면 이들이 자유무역, 그리고 공정무역 옹호론자들이라는 점을 금방 알 수 있다. 무역정책 기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보호주의가 경제위기의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인들도 잘 안다.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이나 미국 등 자유무역의 성공적 모델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세부적인 검토 또한 그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이뤄질 것이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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