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art 잡 페어]농협, 친절·전문성 무기로 제2의 인생 가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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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고객행복센터 콜센터 직원인 정모 씨는 14년차 주부다. 각각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키우느라 결혼 이후 계속 전업 주부로 지냈다. 그러다 약 1년 전 농협은행 콜센터 직원 채용에 도전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그는 “금융 정보에 해박해져 주변 사람들에게도 조언을 자주 해주다 보니 전문가가 된 듯한 우쭐한 기분을 자주 맛보게 된다”며 “육아에 집중하느라 잃어버렸던 자존감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홈페이지 채용사이트를 통해 콜센터에서 근무할 직원들을 수시 채용하고 있다. 친절한 말투가 필수적인 상담 업무의 특성상 직원의 약 90%가 여성이다. 현재 농협은행 콜센터는 전국 4개 주요 대도시에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 광주 서구 양동, 부산 연제구 연산동, 대구 수성구 수성로에 있는 콜센터에서 총 13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정 씨도 여느 주부들처럼 자주 은행을 찾는 ‘고객’이었다. 하지만 남에게 상담을 해줄 정도의 해박한 금융지식은 갖추지 못했다.

정 씨는 “입사 후 1개 월간 금융 지식 및 고객 응대법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받다 보니 어느덧 자신감이 붙었다”며 “상담 말미에 상담원 이름을 직접 밝히는 상담 실명제를 운영하다 보니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전했다. 정 씨는 더 욕심을 내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증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보니 예상치 못했던 효과도 생겼다. 엄마가 퇴근 후 틈날 때마다 책을 펴들고 공부하는 모습을 본 아이들이 따라서 책을 펴게 된 것이다.

고객을 돕는 업무를 하다보니 보람도 적지 않다. 정 씨는 최근 금융사기 사건을 당한 한 고객의 신고를 신속하게 처리해 피해금을 보상받을 수 있게 조치했다. 이후 이 고객은 “덕분에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콜센터로 귤 한 박스를 보내왔다.

일상에 지쳐 소홀했던 봉사 활동에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전 상담시간에 ‘농촌 어르신 말벗 서비스’를 하다보니 어른들을 공경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 나오게 됐다. 정 씨는 “내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더욱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1996년 20석으로 출범한 농협은행 콜센터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돼왔다. 여성 직원 비율이 높다보니 오전 8시에 출근할 경우 오후 5시에 퇴근하고, 오전 10시에 출근하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등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모유 수유실 등 여성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콜센터 내에 마련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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