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性마케팅에 약한者여, 그대 이름은 도시男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성(性)을 이용한 마케팅이 일상이 된 시대다. 많은 미디어가 낯 뜨거운 사진으로 도배돼 있고 그 안에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롭게도 기업이 파는 상품과 서비스는 지역별, 국가별, 소비자 성별과 연령대별 등으로 더욱 차별화되고 있지만 유독 성을 이용한 상품 마케팅만은 글로벌화, 표준화돼 가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유명인의 누드를 이용한 비슷한 광고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똑같이 쓰는 기업이 많다.

하지만 세상 모든 소비자가 성 마케팅에 똑같이 현혹될 리는 없다. 누군가는 식상하게 여기거나 혹은 불쾌해하고 짜증스러워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대만과 홍콩 등 중화권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이 주제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 국제 경영학술지에 실려 화제가 됐다.

연구진은 산업화와 소득 수준이 매우 다른 중국의 6개 주요 도시를 선택했다. 그리고 18세에서 30세 사이 총 1875명의 소비자가 누드를 이용한 마케팅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했다. 비교적 성이 터부시돼 온 나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 결과가 더욱 흥미롭다.

조사 결과 소비자의 성별 차이와 해당 지역의 산업화 정도에 따라 누드 마케팅에 대한 반응의 강도 차이가 뚜렷이 존재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여성들은 남성의 누드를 이용한 광고에 생각만큼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산업화 정도가 떨어지거나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여성 소비자들이 성 마케팅에 비교적 덜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가난한 지역의 여성들은 이성과의 접촉을 쾌락으로 여기기보다는 결혼 등 생활의 안정을 실현하려는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쾌락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성 마케팅에 마음이 동할 여지가 적다.

천편일률적인 성 마케팅은 소비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불쾌하게 만들어 판매를 저하시킬 수 있다. 특정 시장 안에서 성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가 무엇이며 산업화 과정 속에서 그 인식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