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행운이 계속될 거라는 착각은 진화의 산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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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경기를 시청하다 보면 유난히 슛을 잘 넣는 선수가 눈에 띈다. 관중과 시청자들은 모두 그 선수에게 다음 볼이 건네지기를 바란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선수가 다음 슛을 성공시킬 확률은 그가 이전에 넣은 골과 무관하다. 순전히 운에 따른 상황으로, 확률적으로 볼 때 무작위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한 번 골을 성공하면 그 선수가 다음 골도 넣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이전에 벌어진 운 좋은 상황이 다음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믿곤 한다.

이처럼 인간은 무질서한 상황을 다루는 데 매우 서툴다. 무질서한 상황과 질서정연한 상황을 구분하는 능력도 기대 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에서 정형화된 패턴을 끄집어내고자 부단히 애쓴다. 이렇게 일련의 무작위한 사건이나 상황 속에서 명확한 패턴을 찾아내려는 인간의 의사결정 성향을 ‘뜨거운 손 현상’ 또는 ‘뜨거운 손 편향’이라고 부른다.

이런 편향은 대체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지금까지는 뜨거운 손 현상을 스포츠나 금융시장에서 나타나는 단순한 인지적 오류나 환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미국 클라크슨대 심리학과 교수인 안드레아스 윌케 연구팀은 최근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했다. 뜨거운 손 현상은 원시 인간들이 군집된 형태의 식량(무작위로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처음 발견된 곳 주변에 모여 있는 식량)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습득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채집으로 살아가는 인간에게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가 군집형 식량을 찾는 것이었다. 식량이 일정 지역에서 계속 공급되는 긍정적 자극에 대한 욕구와 기대는 오랜 시간에 걸쳐 긍정적 패턴을 발견하려는 유전적 습관으로 변형됐다. 실제로 윌케 교수 연구팀은 인간과 유전학적으로 가까운 북인도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증 실험을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을 입증했다. 이처럼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많은 행동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유전학적, 생태학적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일상에서 저지르는 수많은 오류는 어쩌면 우리의 DNA에 내재돼 있는 유전적 행동원칙의 부산물일지도 모른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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