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지혜]리더, 잠꾸러기가 되라?… 수면부족땐 판단력 뚝 떨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잠은 소중하다. 인간은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렵다. 이미 학계에서는 잠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를 많이 내놓았다. 반면 잠이 부족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선 아직까지 밝혀진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잠이 부족할 때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판단력이 흐려진다.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것일까. 잠이 부족하면 단기 기억력이 떨어진다. 정보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부족한 정보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인간은 어떤 내용을 기억할 때 외부 정보를 그대로 머릿속에 기록하는 게 아니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저장한다. 수면 결핍은 잘못된 내용을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등 공동연구진은 수면 결핍이 인간의 기억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먼저 실험에 참여한 대학생 193명의 수면시간을 모두 조사했다. 이후 대학생들에게 가짜 정보를 제시했다. 2001년 9·11테러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의 생크스빌에 항공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많은 사람이 봤다고 설명하면서 혹시 본 기억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사실 항공기의 추락 장면을 찍은 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5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을 기준으로 기억력에서 차이를 보였다.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인 대학생들은 5시간 이상 잠을 잔 대학생에 비해 존재하지 않는 영상을 분명하게 봤다고 주장하는 비율이 높았다.

인간은 기억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면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 만일 잘못된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예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극단적인 사례가 1984년 발생한 한 강간치사 사건이다. 사건 당시 잘못된 기억에 따라 무고한 사람이 사형 판결을 받고 9년 동안 복역했다. 증인은 기억이 생생해서 내용이 정확하다고 믿었지만 사실 그 기억은 가짜였다. 막중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에게 충분한 수면은 꼭 필요하다. 리더는 항상 잠을 푹 자야 한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리더#잠#수면부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