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손 필기와 컴퓨터… 어떤게 학습에 더 효율적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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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종이와 연필 대신 컴퓨터로 필기하는 학생이 많다. 사람들은 손 필기 대신 강연자가 말하는 내용을 실시간 거의 그대로 받아 적을 수 있는 컴퓨터 필기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이제 필기 방식마저 바꾸고 있다. 그런데 최근 컴퓨터 필기가 손 필기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필기하면 필기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후 강연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손 필기는 느려도 강연 이후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반론도 존재한다. 컴퓨터 필기는 기록한 정보를 머리에 바로 저장하지는 못해도 이후 학습 등의 과정을 거치면 더 많은 내용을 효율적으로 기억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떤 주장이 더 진실에 가까울까.

미국 프린스턴대 등 공동 연구진은 손 필기와 컴퓨터 필기의 효율성에 대한 상이한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대학생에게 15분 동안 강연을 들으며 손이나 컴퓨터로 필기하라고 했다. 이후 기억력을 측정하기 위해 강연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컴퓨터로 필기한 사람들은 손으로 필기한 사람보다 확실히 더 많은 내용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부족했다. 다음 실험에서는 강연 내용을 손이나 컴퓨터로 기록하게 한 뒤 일정 기간 다시 공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줬다. 그 결과 손으로 필기하고 이후 필기한 내용을 공부한 사람이 컴퓨터로 필기하고 공부한 사람보다 더 많은 내용을 기억했고 내용 이해도도 높았다.

언뜻 효율적인 필기도구를 이용해서 최대한 많이 받아 적으면 사람들이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해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강연 내용을 빠른 속도로 받아 적다 보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빠른 필기가 역설적으로 내용에 대한 파악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강연을 들으면서 손으로 요점을 기록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게 강연 내용을 컴퓨터로 빨리 받아 적고 이후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적어도 필기에서만큼은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더 효율적이다.

안도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dohyun@SocialBra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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