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핫 이슈]옷값 70%가 유통마진… 아동복 가격 거품 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해외브랜드가 평균 1.85배 비싸지만 만족도는 국산에 뒤져


“아기 원피스 한 벌에 20만 원? 옷감도 적게 들 텐데 어른 옷보다 비싸네.”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아동복에 붙은 가격표를 보며 한 번쯤 해봤을 푸념이다. 이왕이면 백화점에서 고급 아동복을 사 입히고 싶은 게 부모들의 마음. 일부 아동복 업체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판매 가격, 만족도를 비교해 보니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국내 브랜드보다 소비자 만족도가 낮은데도 가격은 더 비쌌다. 과도한 유통 마진 때문에 아동복 가격에 상당한 ‘거품’이 낀 경우도 많았다.

○ 해외 직수입 브랜드 1.85배 수준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62개 아동복 브랜드의 5392개 제품(티셔츠 바지 원피스 등) 가격을 조사해 27일 발표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제품의 평균 가격은 13만1823원으로 국내 제품(7만1254원)의 1.85배 수준이었다. 대형마트에서도 해외 직수입 브랜드가 국산보다 1700원가량 비싸게 팔렸다.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는 국내 브랜드가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원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7세 미만의 자녀를 둔 20∼50세 여성 405명을 설문한 결과 총 5개 항목 중 4개에서 국내 브랜드가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높은 만족도를 나타냈다. 응답자들은 △원단의 품질 △내구성 △편리성 △활동성 등에서 국내 브랜드를 선호했다. 다만 디자인 면에서는 해외 브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해외 직수입 브랜드는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이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등 4개국에서 모두 판매되는 티셔츠 4개 제품의 평균 가격을 비교해 보니 국내 판매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프랑스(92.4) 미국(90.6) 일본(88.9)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측은 “해외 본사가 국가별로 공급가격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고, 한국은 유통비용이 높아 상대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높게 나왔다”고 분석했다.

○ 유통 마진이 70% 넘어

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브랜드 제품의 경우 전체 소비자가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화점 수수료(36%)였다. 특히 아동복 브랜드의 수수료율은 백화점 전체 평균 수수료율(29%)보다 높았다. 여기에 백화점 내 판매사원 수수료를 합치면 소비자가격의 51% 수준이고 제조원가 비율은 25%에 그쳤다.

해외 직수입 브랜드 제품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수입 과정에서 관세, 물류비 등이 붙고 한국지사 등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면 유통비용은 전체 소비자가격의 70%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혜영 연구원 실장은 “국내 브랜드의 백화점 수수료율이 해외 직수입 브랜드보다 높지만 해외 직수입 제품의 평균 단가가 높아 백화점 수입도 더 많다”고 말했다.

한편 아동복 가격이 상당 부분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원의 조사 기간 중 93.4%의 브랜드가 할인판매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는 백화점 등의 정기세일 기간이 아닌데도 평균 27% 정도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았다.

김연화 연구원장은 “공공연하게 할인 판매를 하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처음 시판되는 시점의 영유아복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소비자들이 아동복이 비싸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가 제품을 구매하고 있어 좀 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아동복#해외브랜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