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플라자합의 25년후 ‘코엑스합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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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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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5번가의 플라자호텔. 이곳에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5개국의 재무장관이 모였다. 막대한 무역적자 규모를 견디다 못한 미국이 수출 경쟁국인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강하게 요구했고 양국은 이를 수용했다. 그 유명한 플라자 합의다. 일본 엔화는 이후 2년간 달러화에 대해 65.7% 절상돼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을 맞게 된 반면 미국은 달러 약세로 인한 수출 호조로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한 미국으로서는 다시 한 번 글로벌 환율 재조정의 유혹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신(新)플라자 합의론은 꾸준히 나왔지만 이번엔 강도가 다르다. 전 세계 420여 개 금융기관을 대표하는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최근 “플라자 합의와 유사하지만 더 세련되고 업데이트된 새 협정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신플라자 합의를 촉구했다.

한 달 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는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번 회의를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높여 줄 절호의 기회로 여겼던 정부로서는 예상 못한 큰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이전 G20 정상회의에서 미뤄진 큰 의제들과 한국이 새롭게 테이블에 올려놓은 개발 의제 및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다루기도 벅찬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환율 합의를 코엑스에서 끌어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자칫 다른 의제의 논의까지 망쳐 G20 서울정상회의의 큰 판을 깰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도 높은 중국 위안화에 대한 압박은 11월 2일 미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제스처일 수 있고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는 당사국들이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해 주는 것만으로 의장국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이다. 신플라자 합의 수준의 깊은 논의는 내년 G20 회의 의장국 수반으로서 미국과 중국을 중재하는 외교력을 발휘해 재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실리를 찾는 ‘코엑스 합의’는 한국 정부가 제안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최근 선진국의 환율전쟁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으로 외국 자금이 급속하게 몰려들고 있다. 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신흥국 경제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서는 해외자금의 급격한 유출을 막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그동안 관계 부처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G20 서울회의와 연계해 관련 대책을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더 미뤄서는 안 될 이 숙제가 ‘코엑스 합의’로 결실을 보길 기대해 본다. 25년 전 플라자 합의가 선진국 주도 국제질서의 산물이었다면 주요 8개국(G8)이 아닌 나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G20 서울회의는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첫 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박현진 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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