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FTA란 무엇이고, 꼭 해야 하나요

  • 입력 2009년 1월 21일 02시 54분


[Q]요즘 신문을 보면 한국과 미국,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기사가 많아요. FTA는 어떤 건가요, 또 왜 하는 건가요?

국가간 무역 자유롭게 관세 낮추는 협정

전체 이익 크지만 피해 보는 업종도 있죠

[A]한국을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외국에서 만든 물건을 수입할 때 세금을 매깁니다. 정부 재정을 늘리고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죠. 이 세금을 ‘관세’라고 부릅니다.

또 각 나라는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품목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양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이를 ‘수입 쿼터’라고 하죠.

자유무역협정(FTA)은 나라 간에 물건을 사고팔 때 관세를 줄이거나 없애기로 약속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수입쿼터제 등 관세가 아닌 수단으로 수입과 수출을 막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됩니다.

관세를 없애면 세금이 붙지 않은 채로 더 많은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돼 양쪽 국민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000만 원짜리 자동차를 한국이 미국에 판다고 칩시다. 관세가 10%라면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서 11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리게 됩니다. 반면에 관세가 없어지면 미국에서도 1000만 원에 운송비를 더한 가격 수준에서 한국차를 팔 수 있습니다. 현지 판매가격이 떨어지면 한국차를 선택하는 미국 소비자가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으면 더 많은 물건을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어 이득이 되죠.

물론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값싼 쇠고기가 수입되면 한우를 찾는 사람이 줄고 축산농가의 수익이 줄어듭니다. 프랑스에서 질 좋은 치즈와 포도주가 수입되면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치즈와 포도주는 덜 팔리게 되죠.

이 때문에 각 나라는 FTA 협상을 할 때 가격이나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는 자국 상품에 대해 상대 나라의 관세를 대폭 낮추거나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반면에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상품에 대해서는 조건부로 관세를 유지하거나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서로 유리한 조건을 반영하려고 애쓰다 보니 협상에 몇 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많은 경제학자는 자유무역으로 보는 피해보다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무역을 하면 각 나라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물건을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거죠.

한 사람이 농사를 지으며 가축을 키우고, 옷도 만들어 입는 것보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더 많이 생산한 뒤 다른 사람이 생산한 물건과 바꾸는 편이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특히 한국은 지하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과의 교역이 더 중요합니다. 자동차 선박 휴대전화 등을 외국에 팔고 그 돈으로 석유 같은 자원을 수입하지 않으면 당장 자동차에 넣을 기름조차 부족하게 되죠.

FTA는 꼭 두 나라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이에 있는 여러 나라가 함께 맺기도 하는데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27개 유럽 국가의 모임인 유럽연합(EU)도 같은 지역 국가들끼리 먼저 자유무역을 시작하고 이후 정치적인 연합으로 발전했습니다.

최근 FTA에 관심이 더 높아지는 것은 세계 모든 국가가 함께 참여하는 다자 간 협상보다 체결이 비교적 쉽고, 원하는 상대를 골라 협정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15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체결된 FTA는 230건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150개국 이상이 회원인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협상이 각 나라의 사정으로 7년 만에 실패한 후 상대적으로 쉬운 FTA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나라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미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상품 서비스 분야) 등 16개 나라와 FTA를 체결했습니다. 대형할인점에 가면 칠레에서 수입한 포도나 포도주를 싼값에 살 수 있는 것도 FTA 덕분이죠.

EU와의 FTA 협상도 이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하니 기대해봅니다. 미국과는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 있죠.

FTA가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요술 방망이’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출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 경제에 유용한 도구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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