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경제뉴스]개인-기업-국가 신용평가 왜 하나

  • 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4분


Q: 최근에 ‘신용평가’란 말을 신문에서 자주 봅니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나빠졌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국가의 신용도’가 좋다 나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던데요. 뭔가 등급을 매기는 건가요? 그리고 신용평가가 뭐기에 경제 전문가들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요.

은행대출때 제때 돌려받을 수 있을지 조사

등급매겨 신용 낮으면 비싼 이자로 빌려줘

‘신용’이란 말을 이해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는 과정을 예로 들어볼게요. 은행은 아무에게나 돈을 빌려주지 않습니다. 직업이 뭔지, 한 달에 얼마나 버는지, 다른 빚은 없는지, 돈을 빌리면 꼬박꼬박 잘 갚는 사람인지 등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그러고 나서 돈을 내줄지 말지, 돈을 빌려준다면 어떤 조건으로 줄지를 결정하는 거죠. 쉽게 말해 믿음이 가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더 좋은 조건에 빌려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돈을 빌려줄 때 상대방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 ‘신용’입니다. 빌린 돈을 제때 갚을 능력과 의지가 있으면 신용이 좋다고 합니다. 신용이 좋으면 대출도 많이 해주고 이자도 싸게 해주지만 신용이 나쁘면 아예 안 빌려주거나 비싼 이자를 받지요.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요? 금융회사가 신용에 따라 상대방을 차별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이자를 받아 이득을 보려고 돈을 빌려주는데 신용이 나쁜 상대에게 빌려주었다가는 이자는커녕 원금도 제때 받지 못해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정부도 국내외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을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신용평가는 꼭 돈을 빌려주는 쪽을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닙니다. 만약 은행이 신용이 좋다고 생각한 기업에 큰돈을 빌려줬는데 그 기업이 망해서 돈을 떼인다면 다음엔 은행이 쓰러질 수 있습니다. 은행이 망하면 은행 고객과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보면서 혼란이 생기겠죠. 따라서 신용평가는 원활한 금융거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각국의 개인 기업 정부 등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신용평가가 더 중요해졌고요.

그렇다면 신용평가는 누가 어떻게 할까요? 전문적으로 신용을 평가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신용평가회사’라 부르죠. 한국에서 개인의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평가회사로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등이 있습니다. 개인 신용등급은 보통 1∼10등급으로 나눠서 신용이 좋으면 1등급, 그렇지 않으면 10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빚이 많거나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겠죠.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한신정평가 등의 회사는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발행하는 회사채나 기업어음의 신용도를 조사해 등급을 매깁니다. 등급의 명칭은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AAA(트리플 A)가 제일 윗등급이고 이어 AA, A, BBB, BB, B…C…D 식입니다.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신용평가회사도 공정성이나 정확성 면에서 인정받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민간 신용평가회사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와 유럽의 ‘피치’가 손꼽힙니다. 이들 신용평가회사는 평소 세계 각국 금융기관, 기업, 국가의 신용도를 등급으로 매겨두고 지속적으로 재평가해 등급을 조정합니다.

S&P 같은 신용평가회사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크게 떨어뜨리면 그것만으로 그 나라는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1997년 S&P 등 신용평가회사는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번에 6∼12계단이나 떨어뜨린 적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환위기가 더 빠르게 진행됐죠.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로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불안정해지면서 S&P가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외환은행 등 7개 금융회사를 ‘부정적 관찰 대상’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신용이 나빠질 수 있으니 거래할 때 조심하라는 일종의 경고였지요. 하지만 다행히 며칠 전 S&P는 이 경고를 해제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외화가 모자라 돈을 못 갚을 위기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금융위기 속에서 경제주체들은 상대의 신용에 대한 확신이 안 서 선뜻 돈을 내주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의 정부와 기업, 개인은 신용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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