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경제뉴스]우리나라는 일자리가 왜 계속 부족한가요

  • 입력 2008년 10월 22일 03시 04분


Q: 일자리가 부족하다고들 난리입니다. 얼마 전 경제뉴스를 보니까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3년여 만에 가장 작았다면서 내년에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고 하네요. 그러고 보면 청 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꽤 된 것 같군요. 일자리는 왜 이렇게 모자란 걸까요.

기업들은 채용 줄이고 고학력자들은 눈높이 높아

경기 침체속 노동시장 수급 불일치로 ‘백수’ 늘어



우선 일자리가 왜 중요한지부터 알아봅시다.

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일단 생산 인력이 부족하니 기업들은 우리가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데 차질을 빚겠죠. 우리가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집 모두가 다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만약 가정에 일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모아놓은 재산이 엄청나게 많지 않고서야 그 가정은 소득이 없어 순식간에 가난해질 겁니다. 일자리는 가계 소득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소득이 없으니 소비는커녕 저축도 하기 어렵겠죠? 또 시장에서는 제품이 안 팔리고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생산과 투자를 안 하게 됩니다. 그러면 일자리는 더 줄어들겠죠.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 사람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다시 소비로 이어져 기업들의 투자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처럼 일자리, 즉 고용은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일자리 사정은 보통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나온 고용동향을 보면 올 9월의 전년 같은 달 대비 취업자 수(일자리의 수) 증가폭은 약 11만 명, 실업률은 3.0%입니다. 일자리 증가폭은 3년 7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치라고 하네요. 정부 목표치가 2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몹시 실망스러운 결과입니다.

여기서 잠깐! 고용 사정이 그리 나쁜데 실업률은 왜 이렇게 양호한 걸까요. 사실 3%의 실업률은 정상적인 시장경제국가에서는 거의 완전고용에 가까운 이상적인 숫자입니다. 여기엔 통계상의 오류가 숨어 있답니다.

실업률이 낮은 것은 현재 정부가 집계하는 기준으로는 우리가 흔히 ‘백수’라 부르는 사람들 대부분이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시생 등 취업준비자나, 일할 능력은 있지만 취업 의사가 없어 그냥 노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되죠. 이들은 실업자가 아닌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므로 실업률을 올리는 대신, 고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그 나라의 일자리 사정을 보려면 실업률뿐 아니라 고용률도 반드시 체크해야 하죠. 9월 고용률은 59.8%로 올 6월(60.5%)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일자리 사정이 이렇게 나빠진 건 무엇 때문일까요.

고용시장은 기본적으로 경기에 좌우됩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업들도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고용을 늘리지만, 경기가 나쁘면 그 반대가 되죠. 실제로 최근에는 내수(內需)가 위축되고 경기가 언제 풀릴지 알 수 없게 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가급적 피하고 있습니다. 기업으로선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종업원을 많이 뽑을 수가 없는 것이죠. 게다가 한국 기업들이 국내에 있던 공장을 인건비가 싸고 경영환경이 좋은 해외로 옮겨가면서 일자리는 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경제가 발전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가 왔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발전해 사람이 하는 많은 부분을 기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이 인력을 채용할 필요를 그다지 못 느끼고 있는 것이죠. 또 이처럼 기업의 고용 창출력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는 꾸준히 증가하면서 구직자는 눈높이가 너무 높고 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것을 ‘노동시장의 수급 불일치’라고 합니다.

그러면 앞으로는 일자리 사정이 좀 나아질까요. 글쎄요. 요즘 국제 금융위기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걸 보면 앞으로도 당분간은 일자리 사정이 좋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일자리 없이 노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할 수 없습니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부모에게 얹혀사는 청년실업자들, 직장을 조기에 은퇴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세요.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고용 부진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숙제입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