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실적만이 생존 나침반

  • 입력 2003년 4월 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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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뉴스(호재)에 주가가 오르는 것보다 더 바람직한 것이 나쁜 뉴스(악재)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뭔가 새로운 추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주 종합주가지수는 0.3%의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월요일인 지난달 31일 3.71%나 폭락했지만 화요일(4월1일)부터 금요일(4일)까지 나흘간 4.2% 올랐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엿새(증시 개장일 기준) 동안 7193억원을 순매도한 점을 감안하면 더 고무적이다.

실업률 산업생산 개인소득 매출 등 경기후퇴를 나타내는 4개 지표는 모두 좋지 않다. 또 세계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이처럼 온갖 악재가 겹쳤는데도 주가가 오르자 증시가 ‘안전지대’에 들어왔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경기지표가 나쁘다는 것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고 이라크전쟁이 끝나면 각국이 금리를 함께 낮출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

펀더멘털(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은 ‘주가의 고향’이다. 단기적으로 주가는 전쟁 등에 따른 투자심리에 영향을 받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말이다.

증시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설지 여부는 이번주 말부터 시작되는 국내외 ‘1·4분기 어닝시즌’의 결과에 달려 있다. 포스코와 GE가 11일 1·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IBM(14일) G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15일), LG전자 옥션(17일), 삼성전자(18일) 국민은행(22일)이 그 뒤를 잇는다.

경기와 기업이익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전쟁이 끝나도 지수가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기업의 1·4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작년 4·4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 데다 거품(버블)붕괴 후유증, 북한 핵문제 등 지정학적 리스크,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 악재도 가시지 않아 대세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실적에 따른 종목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NHN과 다음처럼 실적이 개선되는 인터넷기업의 주가는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오로지 실적만이 변화무쌍한 증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나침반이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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