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김상철/설에 전하는 작은 정성

  • 입력 2005년 1월 3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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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새로 사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 작곡가인 윤극영(尹克榮) 선생이 1924년 발표한 동요 ‘설날’의 1절이다.

9일은 우리나라 고유 명절인 설날이다. 음력(陰曆) 1월 1일로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인 것이다.

현재 일상생활의 표준은 양력이다. 그러나 각종 민속 풍속은 여전히 음력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한국인은 설날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국민 대다수가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고향이 더욱 그리운 것일까. 올해 귀성객도 여느 해 못지않을 것이라고 한다. 명절이면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오랜 운전이 피곤할 법도 하지만 고향으로 달려가는 마음에는 여유가 넘친다.

어린 시절 설날 풍경이 떠오른다. 설날 한참 전부터 어머니는 설빔과 설음식을 장만하느라 분주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는 들뜬 마음으로 설날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설날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제때 설빔으로 갈아입었다. 차례를 마치면 웃어른께 순서대로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었다.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나이를 한 살 먹는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설날에 어린이가 가장 기다리는 것은 세뱃돈.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절반 이상이 세뱃돈으로 평균 3만∼5만 원을 받았다.

올해 세뱃돈 인심은 어떨까.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것은 설 연휴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기업과 개인의 결제성 현금, 이른바 ‘설 자금’ 수요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 자금 수요를 3조8000억∼4조 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설날(4조4258억 원)과 추석(4조1000억 원) 자금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2001년(3조8510억 원) 이후 최저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수부진 탈출을 위해 합리적인 ‘설 선물 주고받기’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박용성(朴容晟) 회장 명의로 전국 회원사에 보냈다.

대한상의는 “과도한 선물은 허례허식으로 경계해야 하지만 부정부패가 아닌 범위 내에서 작은 정성을 전하는 합리적인 선물문화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조흥은행은 한 해의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복주머니 문양이 새겨진 세뱃돈 봉투를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주머니가 얇아져 돈 쓰기를 망설이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국가경제를 생각한다면 적정 수준의 소비가 미덕이다.

올해 설에는 가계 형편이 어렵더라도 조그만 선물을 장만해 고마운 사람에게 전해보자. 자녀에게 세뱃돈을 주고 소비를 통한 경제 활력의 밑거름이 되게 하자.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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