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우병과 홍역, 느슨한 대책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57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6일 광우병이 인간에게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경고한 것은 광우병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 광우병은 소의 뇌세포에 구멍이 생겨 소가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정신이상 증상 등을 보이다 죽는 것인데 병원체의 화학구조와 증세가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CJD)과 유사해 이미 1996년부터 인간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FAO가 경고하고 나선 것은 종래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에서 발생했던 CJD가 최근 몇 가지 차이는 있지만 30대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CJD의 새로운 형태라는 점에서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코브병(vCJD) 또는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이 병은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나 가공식품 등을 먹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FAO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vCJD의 확산을 경고했다.

정부 당국이 FAO의 경고 이후 즉각 CJD와 vCJD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키로 한 것은 일견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점에서 당국의 대응은 늦었다는 생각이다. 광우병 파동은 1992년 영국에서 시작돼 1996년부터는 유럽에서 수많은 소의 강제 도살, 쇠고기 판매 중지와 금수 조치로 이어졌다. 지난해 독일에서는 이에 대한 대처를 소홀히 한 책임을 지고 주무장관 2명이 사임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 정부 당국에서는 국내에서 집계된 CJD 환자는 45명이지만 vCJD 환자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광우병 전염 경로로 알려지고 있는 동물성 사료를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우병의 원인과 방지책은 아직 미확인 상태라 방심할 수 없다. 더구나 국내에는 사슴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사슴의 캐나다산 녹용도 유통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이웃 일본이 1999년부터 CJD를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유럽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질병의 관리나 방역에 대한 정부 당국의 소극적 자세는 요즘도 극성인 홍역 대책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98년 4명, 99년 88명에 그쳤던 홍역 감염자가 지난해 3만1933명으로 급증한 데 따라 학계가 우려를 표명했는데도 원인 조사에 나서지 않고 백신 확보에도 게으름을 피웠다. 그에 따라 추운 날씨와 방학에도 불구하고 1월에만 홍역환자가 5000명 이상 발생했고 사망자도 늘고 있지만 뾰족한 수 없이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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