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가을철 넝쿨째 들어오는 ‘호박’ … 애호박·늙은호박은 ‘동양계’

  • 입력 2015년 10월 23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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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이후 한반도 전파 … 부기제거에 탁월, 소화 잘돼 위궤양 환자에게도 추천

할로윈 데이(10월 31일)가 1주일 가량 남았다. 서양에서 전해져온 기념일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이들은 할로윈이 되면 초콜릿, 사탕 등에 관심을 보이지만, 단연 이 날의 주인공은 호박이다. 장식용 뿐만 아니라 요리로 이용해 먹기도 한다.

중국에서 호박은 다산(多産), 풍작, 건강, 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예부터 국내에서는 가을에 수확한 잘 익은 호박을 겨우내 다락방 시렁에 얹어 놓고 호박범벅으로 만들어 먹는 등 부족한 식량을 대신하기도 했다.

호박은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이다. 15세기 이후 유럽으로 넘어갔으며, 일본에는 16세기 중반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임진왜란 직후인 16세기 말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남만(南蠻, 운난성 이남의 월남을 포함한 중국 남부지역)에서 전래됐다는 의미로 ‘남과(南瓜)’, 오랑캐로부터 전래된 박이라는 뜻으로 ‘호박’이라고 부르게 됐다.

흔히 호박을 떠올리면 애호박과 늙은호박만 생각하기 쉽지만 전세계적으로 약 45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박은 크게 동양계 호박(Cucurbita moschata), 서양계 호박 (Cucurbita maxima), 페포계 호박 (Cucurbita pepo) 등으로 나뉜다.

동양계 호박은 다른 품종보다 난지 환경에 잘 적응한다. 청과와 숙과를 모두 식용으로 소비하며 늙은호박과 애호박이 대표적이다.
서양계 호박은 페루, 볼리비아, 칠레 등 고랭지의 건조지대가 기원지다. 서양에서는 식용과 사료용으로 주로 재배했다. 1863년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도입해 북해도 등 기후가 서늘한 곳에서 키워 밤호박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켰다. 붉은색 호박인 약호박도 서양계 호박 중 하나다.
페포계 호박은 대체로 외신에서 흔히 등장하는 초대형 호박이다. 100㎏가 넘는 것도 종종 발견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주로 재배한다. 삶으면 속살이 국수 가닥처럼 풀어지는 국수호박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믹스타호박(Cucurbita mixta pang), 흑종호박(Cucurbita ficfolia bouche) 등도 존재하지만 개량 품종이거나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많지 않다.

박동금 농촌진흥청 도시농업팀 박사는 “호박은 다른 채소보다 기후에 잘 적응하고 가뭄과 병에도 강해 우리 선조들의 배고픔을 해결해 줬다”며 “심기만 하면 자라는 생명력 강한 식물”이라고 말했다.

다른 채소보다 기후에 잘 적응하고 가뭄과 병에도 강하다. 심을 공간만 있으면 키우다보니 늦봄부터 여름까지 농촌 어딜가나 호박꽃을 찾아볼 수 있다. 예쁘지 않은 여성을 보고 ‘호박꽃 같다’고 빈정거린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인 만큼 외모가 특출나지 않다는 비유다.

국내에서 주로 재배하는 애호박과 늙은호박은 성숙 정도에 따라 나뉜다. 반찬용으로 사용하는 애호박이 전체 호박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늙은호박, 단호박, 약호박, 국수호박 등이 뒤를 잇는다.

호박은 대개 여름에 많이 난다. 늙은호박은 밭에서 익혔다가 쨍쨍한 가을볕이 들면 수확한다. 호박의 영양분이 농익도록 기다렸다가 늦가을에서야 수확하는 것이다. 과거 선조들은 동짓날 늙은 호박을 삶아 먹으면 1년 내내 무병한다고 여겼다. 늙은호박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죽, 김치, 범벅 등으로 이용하고 씨는 잘 말려 뒀다가 겨울철 간식으로 먹는다. 잎으로는 쌈을 싸 먹는다. 꼭지는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벌꿀과 함께 섞어 먹으면 감기예방에 좋다.

100g당 단백질 1.3g, 탄수화물(당질) 74g, 칼슘 23g, 인 42㎎, 비타민A 958IU, 비타민C 12㎎ 등이 함유돼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애호박의 효능에 대해 ‘보중익기(補中益氣)’라고 설명했다. 소화기 계통(위·비장 등)을 보호하고 기운을 더해준다는 말이다. 당질과 비타민 A·C가 풍부해 소화·흡수가 잘 된다. 위궤양 환자도 쉽게 먹을 수 있고, 아이들 영양식이나 이유식으로도 좋다. 애호박 씨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치매 예방 및 두뇌 개발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씨에는 양질의 불포화지방산도 많다.

동의보감에서는 부기가 있을 때 호박을 먹으라고 추천했다. 특히 산모의 부기 제거에 탁월하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이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열량이 쌀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노폐물 배출과 지방의 축적을 막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좋다. 잘게 썬 호박을 햇볕에 바짝 말린 뒤 가루로 만들어 하루에 20g씩 꾸준히 복용하면 인슐린 분비를 돕는 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박동금 박사는 “애호박을 고를 때는 윤기가 흐르고, 꼭지가 마르지 않으며, 크기에 비해 무거운 게 좋다”며 “늙은호박은 껍질에 윤기가 있고 묵직하며 속이 꽉 찬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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