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인터뷰
예방-검진으로 암 조기 발견 늘어, 완치율↑… 여전히 사망 원인 1위
전국 호스피스 병상 1900여 개뿐… 내년 복지부 사업으로 늘어날 듯
센터-노인인력개발원 업무협약… 암 경험자가 지역 환자 병원 동행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이 10일 경기 고양시 암센터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암 치료 지역 격차 완화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암 환자 예후 연구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양 원장은 “암 치료뿐 아니라 말기 환자 호스피스 등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내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하는 시대가 됐다. 암 예방과 조기 검진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개선되고, 신약과 새로운 수술법 개발 등으로 의료의 질이 높아진 결과다. 그 중심에는 2001년 개원한 국립암센터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이제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암 환자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은 10일 경기 고양시 암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을 갖고 “암 치료를 넘어 호스피스와 지역사회 돌봄까지 아우르는 암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5년 새 암 생존율이 크게 높아졌다. 그 비결은….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과 검진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연 정책이다. 과거 국내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66%에 달했지만 지금은 30%대 초반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폐암 발생이 줄었다. 또 간염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접종을 확대하면서 간암과 자궁경부암 예방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하면서 완치율은 높아지고 재발 위험은 낮아졌다.”
―암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암센터가 더욱 신경 써야 할 과제가 지역 간 암 치료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지역의 주요 암센터들이 강점인 분야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치료 성과도 공개할 계획이다. 수술 사망률이나 합병증 발생률, 재발률 같은 객관적 지표가 우수하다면 환자들도 안심하고 지역 병원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권역암센터가 최신 치료 장비를 확충하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국립암센터가 이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게 된다.”
―암은 여전히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 말기 환자 돌봄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암 환자의 약 20%는 4기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위암의 경우 3기 환자가 재발하면 절반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 이들이 통증을 조절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전국 호스피스 병상은 1900여 개에 불과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립암센터 산하 중앙호스피스센터는 전국 병원의 활용 가능한 병상 수와 대기 환자 현황 등을 파악해 대기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조율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년부터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호스피스 병상을 늘릴 수 있는 좋은 방안이지만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요양병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비급여 치료가 이뤄진 사례가 있는 만큼 호스피스 사업을 하면서는 시행 규칙을 악용하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이 호스피스 요양병원을 암 전문 병원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암 환자는 치료뿐 아니라 돌봄도 중요할 텐데….
“그렇다. 지역의 고령 암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쏠리는 이유 중 하나는 돌봐줄 자녀가 서울에 있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암을 경험한 고령자가 다른 암 환자의 병원 방문에 동행하는 일자리를 만들었다. 치료 경험을 바탕으로 투병 관련 조언을 하는 등 심리적 지지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돌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서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료사회복지사 전문 과정도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올 12월에는 암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영양 관리와 상담을 제공하는 종양 임상 영양사 연수 강좌도 진행할 계획이다.”
―확대 개편되는 ‘국가 암·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통해 달라지는 점은….
“앞으로는 AI를 기반으로 한 암 진단과 예후 예측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병원 전자의무기록 시스템(EMR)을 기반으로 임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계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암 진단과 환자의 예후 예측을 위한 AI 모델을 만들어 실제 진료 과정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국립암센터의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암센터는 3차 병원의 요건인 분만실과 신생아 응급실 등이 없어 2차 병원으로 분류된다. 상급종합병원보다 수가도 낮고 지원도 부족하다. 공공기관 임금 규제 탓에 의사, 간호사들의 인력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인력 이탈과 재정적 어려움이 계속되면 지난 25년간 쌓아 온 성과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립암센터가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있다. 운영이 정상화될 때까지만이라도 임금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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