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잦은 대상포진, 앓고 난 뒤라도 백신 접종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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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의 왕’ 대상포진 관리법
72시간 안에 치료를
비싼 접종비는 걸림돌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피부에 물집과 발진이 생기고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극심한 통증… 방치하면 신경 손상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이라고도 불릴 만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소아기에 수두를 앓고 난 이후 몸 안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 재활성화돼 발생한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서 상처를 내어 수포를 형성하고 한쪽으로 띠 모양의 수포가 발생하는 특징을 보인다. 수포 부위를 따라서 통증이 나타나는데 신경이 분포하는 신체의 어느 곳에서나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몸살감기와 유사한 근육통, 두통 등으로 비교적 증상이 가벼워 단순한 환절기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수포가 점점 올라오고 발생 부위에 따라서 뾰족한 바늘이나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극심한 신경통이 나타난다. 증상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른데 누군가는 참을 수 있는 통증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할 만큼 증상이 심할 수 있다.

적기인 72시간 이내에 내원해 항바이러스제 등 약물 치료를 하면 빠르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기를 놓치거나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하다가 병원에 오면 바이러스로 인해 신경이 손상돼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손상된 신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뇌로 비정상적인 통증 신호를 보내 감각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다. 초기 대상포진보다 증상의 정도가 심하고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통증이 만성화돼 극심한 고통을 유발한다. 만약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이 된 상태라면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주로 대상포진 신경 차단술을 적용한다. 컴퓨터 영상 장치를 이용해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신경절을 찾아낸 뒤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신경에 나타난 염증을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72시간 안에 치료를
신경통으로 번지면 합병증 위험
면역력 떨어지는 중장년층이나
어려서 수두 앓았다면 접종해야
예방접종, 발생률 절반으로 낮춰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포진 백신은 발생률을 50% 가까이 저하하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 이행률을 약 60% 저지한다. 주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 접종을 권하지만 어린 시절 수두를 앓은 경험이 있거나 대상포진이 이미 발생한 젊은 층도 신경통과 합병증 예방을 위해 접종을 하는 것이 도움 된다.

대상포진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 발생률을 낮출 수 있고 걸리더라도 가벼운 통증만으로 지나갈 수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생백신, 사백신 2종으로 나뉜다. 생백신은 50세 이상에서 1회 권장되고 임산부나 면역 저하자에게 접종해선 안 된다. 사백신은 만 50세 이상 및 만 19세 이상 면역저하자에게 권고되며 2회 접종한다. 2회 접종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도 맞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백신도 역시 임산부에게 접종해선 안 된다. 문수연 강동경희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상포진은 재발이 많으므로 과거력이 있는 사람도 접종을 권고한다”라고 말했다.

비싼 접종비는 걸림돌
백신 비용 최대 40만 원 비급여
일부 지자체에선 자체 지원 나서

접종비만 40만 원… 고위험군 대상포진 백신 지원 필요
대상포진 백신

하지만 백신 접종비가 비싸다. 국내 대상포진 백신은 한국엠에스디의 조스터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싱그릭스 등 세 가지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준 접종 비용은 조스터박스가 최고 40만 원,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최고 30만 원에 이른다.

백신 접종 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일부 지역은 일정 조건의 지역주민 또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약값과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상북도 안동시의 경우 취약 계층에 17만 원의 접종비를 지원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재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비급여, 진료와 치료는 급여로 적용돼 사전·사후 제도가 완전히 뒤바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급여제도”라며 “지난해 대상포진 진료에 들어간 건강보험 급여비만 약 1126억 원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치매 위험을 25∼30%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만큼 정부 당국이 고령층과 취약 계층을 위한 대상포진 백신 무료 접종 등에 대한 대책 논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포진 백신 접종 비용이 많이 들어 취약 계층의 부담이 큰 가운데 보건 당국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의회 안전 건설위원회 이지영 의원(민주당·비례)은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대상포진 사백신을 지원하는 ‘강원특별자치도 예방접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65세 강원도민이면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대상포진 사백신을 2회 접종받을 수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대한감염학회 지침에 따르면 암 환자나 장기이식 등으로 인한 면역 저하자들은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 생백신을 접종할 수 없고 유전자 재조합 사백신 접종만을 권고하고 있지만 대다수 지자체에서는 재정적 부담으로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 백신을 생백신으로 한정하고 있다”라며 “이번 조례를 통해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을 위한 맞춤형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제대로 지원돼 어르신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고 예산까지 절감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생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백신 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또 캐나다 국립예방접종자문위원회(NACI) 및 독일 상임백신위원회(STIKO) 등에서도 50세 이상 성인에게 사백신 접종을 권장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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