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한 허리, 방치하면 디스크로 이어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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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부장(52)은 지난 삼일절에 이삿짐을 나르다 허리를 삐끗했다. 대학 신입생이 된 딸의 자취방에서 짐을 옮기던 중 발생한 일이다. 무거운 박스를 들어 올리는 순간 허리를 굽힐 때 찌릿한 통증을 느낀 것이다. 며칠 움직임에 유의하자 통증이 조금씩 잦아드는 걸 느낀 김 부장은 안도했다. 아직 불편감이 있지만 단순 근육통이라 생각한 그는 친구들과 주말 등산에도 다녀왔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그는 일어나고 앉기가 힘들 정도로 심해진 허리 통증에 당황한다.》


추운 겨울이 지나서 날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3월이면 이사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개강을 맞이하는 대학 인근 자취방 거리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신입생의 경우 집을 떠나 처음으로 독립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개강일이 다가오면 학교 기숙사와 인근 원룸촌에서는 자식들의 이사를 돕기 위해 찾아온 가족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칸방으로 들어가는 대학생의 이삿짐은 비교적 양이 많지 않다. 그 탓에 큰 가구를 제외한 짐들은 가족들이 힘을 모아 직접 옮기곤 한다. 하지만 겨우내 움직임이 많지 않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게 될 경우 흔히 ‘허리를 삐었다’고 표현하는 급성 요추염좌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급성 요추염좌는 척추 주변 근육 또는 인대가 가동범위를 넘어서면서 늘어나고 손상된 상태를 말한다. 주로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랜 시간 나쁜 자세를 취했을 때, 골프 중 허리를 과도하게 비트는 경우 발생한다. 충격이 심할 경우 조직에 상처가 나거나 일부 찢어지기도 하는데 이 상태를 방치하면 염증이 발생하며 극심한 통증이 일어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특히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허리에 하중이 쏠리지 않도록 자세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스웨덴 예테보리대 알프 나헴슨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허리를 굽혀 물건을 들었을 때 척추에 가해지는 압박이 2.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요추염좌가 발생한다면 일단 손상을 입은 근육과 인대가 제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을 때는 천장을 보고 바닥에 눕는 것이 좋다. 냉찜질도 도움이 된다.

보통 2주가량 관리하며 휴식을 취하면 증상은 호전된다. 하지만 김 부장처럼 허리에 악영향을 주는 행동을 지속하며 방치했다간 자칫 인대와 근육의 손상이 확대돼 척추뼈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제자리를 벗어나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로도 심화할 수 있다. 따라서 허리를 삐끗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도 통증이 감소하지 않고 도리어 심화한다면 전문의를 찾아 진료받는 것이 현명하다.

한의학에서는 급성 요추염좌와 허리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동작침법(MSAT)을 실시한다. 동작침법은 한의사가 환자의 경혈과 통증 부위에 침을 꽂은 상태로 환자의 수동·능동적 움직임을 유도하여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응급 침술이다. 진통제보다 5배 빠른 동작침법의 급성 요통 완화 효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의 연구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평소 허리 건강에 유의해 질환을 예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릴 때는 허리는 곧게 펴고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척추 압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짐을 최대한 몸에 밀착시켜 허벅지와 엉덩이 힘으로 일어나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기나긴 수험생활을 마치고 첫 독립을 맞이한 대학생 자녀를 둔 가족의 앞날을 응원한다. 품에 있던 자식이 집을 떠나 자취를 시작하게 된 만큼 김 부장과 같은 부모들도 건강에 유의하며 새로운 날들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영익 일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헬스동아#건강#의학#삐끗한 허리#디스크#허리 통증#급성 요추염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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