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자이, "인공지능 경량화·최적화 기술로 모든 사물에 AI 담을 것"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5월 27일 11시 17분


코멘트
오늘날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모델의 규모가 클수록 향상된다. 변수를 모두 포함한 대규모 인공지능일수록 원하는 결과와 정확도를 갖추고, 변수를 조금씩 줄일수록 인공지능의 성능도 제한된다. 하지만 모든 부분에 이처럼 성능 좋은 인공지능을 탑재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 대규모 인공지능은 그 단위가 데이터 서버 수준에 달하며, 개인용 장치에는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대규모 인공지능과 개인용 장치를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인공지능의 자원을 빌려다가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작지만 똑똑한 이유, 그리고 네트워크가 없으면 무용지물인 이유가 이 원리를 응용한 물건이라서다.

하지만 모든 환경이 인공지능 스피커처럼 다재다능한 인공지능을 필요로 하지도 않고, 또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한 작업만 수행하는 인공지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네트워크를 거치며 발생하는 몇백 밀리세컨드의 시간차(latency)조차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이 요구된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체계 중 직접 데이터를 처리하는 가장자리의 장치를 에지 디바이스(Edge Device)라고 지칭한다.

인공지능의 최소 하드웨어, 에지 디바이스

에너자이 장한힘 대표. 출처=IT동아
에너자이 장한힘 대표. 출처=IT동아

에지 디바이스의 대표적인 예시는 사물인터넷이나 기계 센서 등이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자율주행 차량의 연산 처리 장치도 에지 디바이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에지 디바이스의 인공지능 성능은 그리 높지않다. 지정된 임무만 수행하면 되지만, 장치에 따라 용량이나 연산 속도의 한계가 명백하다. 만약 여기서 에지 디바이스가 탑재하는 인공지능의 모델을 경량화, 효율화한다면 어떨까? 장한힘 대표가 이끌고 있는 에너자이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부딪고 있다.

장한힘 대표는 에지 티바이스에 탑재되는 인공지능을 효율화하는 새싹기업(이하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Noom)과 핀테크 기업 핀다를 거친 뒤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에 입사했다가, 2년 뒤 인공지능 스타트업 수아랩에 입사해 인공지능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인공지능을 다른 분야에 확산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2019년 에너자이를 창업했다. 에너자이는 ‘에너지+AI’라는 뜻으로 원래는 석유 탐사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으로 시작했다가, 이후 에지 디바이스의 인공지능 효율화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장 대표가 기업 소개서를 바탕으로 에너자이의 모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장 대표가 기업 소개서를 바탕으로 에너자이의 모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장 대표에게 어떤 인공지능 분야를 다루고 있는지 설명을 부탁했다. 장 대표는 “에지 디바이스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중앙 처리장치(CPU),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의 형태로 존재한다. 어떤 장치든 인공지능을 담을 수 있긴 하지만 에지의 제한된 하드웨어 환경 속에서 얼마나 성능을 높일 수 있는가가 과제다. 각 장치마다 용량과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고, 이 한정된 자원에 맞춰 모델의 크기를 줄이면 정확도가 크게 하락한다는 게 문제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는 유지하면서 모델의 크기는 에지 환경에 적합한 수준으로 줄이는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고 있고, 에너자이의 일이 이것이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이 크게 경량화와 최적화 과정으로 나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모델 경량화는 장치에 탑재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매개 변수(Parameter)를 줄이는 과정이다. 매개 변수가 많으면 인공지능의 정확도가 향상되지만, 그만큼 용량도 늘어나 탑재가 어려워진다. 하지만 무작정 변수를 줄이기만 하면 성능이 떨어지는데, 여기에 에너자이의 모델 경량화 기술을 적용해 성능을 유지한다. 최적화는 구동 시 동작하는 자원의 순서 등을 조정해 효율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에지 디바이스, 인공지능 필요한 모든 곳에 쓰여

에지 디바이스에 인공지능을 최적화해서 담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갈수록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장치가 늘어나고 있고, 모든 장치가 네트워크로 동작할 수는 없어서다. 예를 들어 고성능 자율주행 차량이 주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서버로 보내고, 서버에서 연산을 처리한 다음 다시 받아서 주행하게 되면, 네트워크가 없는 조건에서는 동작할 수 없고, 또 긴급 상황 시에 즉각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차량의 반도체 성능과 효율에 맞는 인공지능을 탑재하되,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한 성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모델을 경량화, 효율화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장 대표가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개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장 대표가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개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출처=IT동아


에너자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효율화의 예시로는 ‘스마트폰 영상 품질 향상’ 기능이 있다. 기본적으로 영상 품질 개선을 위한 인공지능 모델은 이미지 안에 있는 모든 영역의 정보를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모델의 경량화가 어렵다. 하지만 에너자이는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영상의 품질은 높은 수준으로 향상하면서, 에지 디바이스의 자원을 최소한으로 활용하는 경량화된 영상 품질 개선 솔루션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에지 디바이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게 되면 저조도, 악천후 등 악조건 속에서 모델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에너자이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다양한 상황에서도 인공지능 정확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장 자체가 워낙 넓은만큼,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적잖은 경쟁사들이 포진해있다. 이런 점에서 에너자이만의 경쟁력 혹은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장 대표는 “인공지능 경량화와 최적화 기술은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고, 결과도 다 다르다. 우리의 경우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모델과 하드웨어 관점 모두 고민한다. 에지 디바이스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많은 산업 분야가 항상 좋은 하드웨어에 인공지능을 탑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주어진 하드웨어 자원을 파악하고, 여기에 맞는 인공지능 효율화를 반영하는 게 에너자이의 경쟁력이다”라고 대답했다.

탄소 배출 저감하니 ESG로도 인정받아

한편, 에너자이가 사업을 전개하면서 예기치 못하게 호재를 맞은 부분이 있다 바로 ESG의 환경 분야다. 인공지능 산업 자체가 탄소배출과 밀접하게 관련돼있어서다. 장 대표는 “정확도가 높은 인공지능은 매개 변수가 많이 적용되며, 그만큼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데 따른 탄소배출량도 크다. 따라서 매개 변수를 줄이고, 연산량을 효율적으로 줄인다면 자연스레 탄소배출량도 감소한다. 에지 디바이스도 하드웨어를 그대로 활용해 원하는 성능의 인공지능을 적용한다면 전자 폐기물이 감소하고, 또 효율화를 거칠수록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일조한다”고 답했다.

인공지능 효율화가 곧 ESG 경영과도 직결되자, 뜻을 같이하는 대기업의 지원도 잇달았다. 5G 혁신, ESG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SK텔레콤의 트루이노베이션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장 대표는 “SK텔레콤은 트루이노베이션 사업을 통해 창업 초기부터 에너자이를 돕고 있다. ICT 분야 대기업인 만큼 협업하거나 사업 연계의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 있으며, 선배 창업자로부터 조언을 받는 멘토링 과정도 받고 있다. 투자 유치를 하는 입장에서 벤처캐피털도 소개받는 등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라면서, “특히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 사업 검증과 실증 부분을 지원해주고, 또 SKT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사와도 연결해주는 등 물심 앙면으로 도움을 받는다”고 답했다.

장한힘 대표는 앞으로 모든 사물에 최고의 AI를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출처=IT동아
장한힘 대표는 앞으로 모든 사물에 최고의 AI를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출처=IT동아

인공지능이 전 분야로 확산하는 가운데, 에너자이가 선택하는 길은 어디일까. 중장기 전략부터 향후 비전까지 물어봤다. 전략과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로는 에지 AI 중에서도 우리가 자신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에너자이의 핵심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를 시도하며 시장성을 판단하는 근거를 축적했고, 추진 용이성과 성장성을 고려해 집중 분야를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장 대표는 이를 ‘레디 메이드 AI 엔진’이라고 얘기했는데, 다수의 고객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에지 AI 제품을 미리 구성해 능동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에너자이는 ‘모든 이들이 모든 사물을 통해서 어디서든 최고의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로 나아갈 예정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든 장치에 높은 성능과 효율의 인공지능을 탑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글로벌 에지 AI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인공지능 자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마이크로컨트롤러까지 이론상 모든 처리 장치에 탑재될 수 있다. 그 수요가 무궁무진한 만큼 에너자이의 성장 가능성도 무한해보인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